[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환희와 좌절의 기억이 뒤섞여 있는 무대다.
종가 미국, 라이벌 일본을 잇달아 꺾었던 1회 대회, 준우승 열매를 딴 2회 대회는 베이징 금메달 신화와 더불어 한국 야구 르네상스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타이중 참사(3회 대회), 고척 참사(4회 대회)가 터지면서 절정에 달했던 야구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23 WBC는 한국 야구가 사활을 걸고 있는 대회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뒤 불거진 선수 선발 논란에서 촉발된 위기는 프리미어12 일본전 2연패 및 준우승(2019년), 도쿄올림픽 노메달 수모(2021년)의 아픔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시대에 불거진 일부 선수의 음주 추태는 이런 상처에 소금을 뿌렸고, 팬심을 등돌리게 만들었다. 야구계 모두가 이런 아픔을 내년 WBC에서 반등시키길 바라고 있다.
내년 WBC는 그동안 KBO리그가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추진했던 변화의 성과를 보여줄 무대이기도 하다.
아시안게임 뒤 추진된 공인구 반발력 조정은 극도의 타고투저를 잠재우고 국제무대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의 속에 출발했다. 2019시즌 극심한 투고타저 시즌을 겪었던 KBO리그는 이듬해 타자들의 히팅포인트 조정으로 투-타 균형이 맞춰지고 소기의 목적이 달성된 것처럼 보였다. 이런 KBO리그 선수들이 도쿄올림픽에서 빈손으로 돌아오자, KBO는 스트라이크존 확대라는 또 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2022 KBO리그 팀 평균자책점은 4.08, 팀 타율은 2할6푼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평균자책점(4.45)은 큰 폭으로 내려갔고, 타율(2할6푼)은 그대로였다. 다만 공인구 반발력이 처음 조정된 2019시즌(평균자책점 4.18, 타율 2할6푼7리)과 비교하면 차이가 좀 더 드러난다. 개인 지표에서도 규정 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리그 전체를 통틀어 13명에 불과한 반면, 규정 이닝을 소화한 투수 평균자책점은 3.27이다. 올해 총 볼넷 수는 493개로 작년(589개)보다 96개가 줄어든 반면, 삼진(1020개→1047개)은 소폭 증가하며 스트라이크존 확대 여파가 어느 정도 드러났다.
이런 변화를 통해 투수는 보다 공격적인 투구로 타자를 상대하는 경향이 커졌고, 반대로 타자는 빠른 승부를 택하는 투수의 공을 보다 앞에서 공략하는 히팅포인트 조정 등 다양한 방법을 찾아갔다. 4시즌 동안 점진적으로 이뤄진 변화가 내년 WBC에서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을 키우고 있다.
이럼에도 여전히 WBC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근본적인 실력의 문제를 곱씹을 수밖에 없다. 도쿄올림픽에서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가 빼어난 기량을 선보였고, 이의리(20·KIA 타이거즈)라는 새로운 대표팀 에이스 재목을 찾는 성과도 얻었으나, 여전히 대표팀이 '베이징 키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강력한 투수진과 타선 응집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일본과의 간극은 제법 컸다. 빅리거를 대거 앞세울 미국, 최근 신구단 창단 속에 지속적인 상승세인 대만, 자국 혈통 빅리거를 앞세울 기타 국가 등 WBC는 올림픽보다 한층 더 어려운 무대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KBO리그가 추진해 온 변화는 결국 국제 무대 성적에 궁극적 목표를 두고 있었다. 때문에 내년 WBC에서 얻을 성적이 그동안의 변화에 대한 성과를 가르는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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