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박진만 감독이 '삼포수 체제' 운영을 공식화 했다.
지난 10일 일본 오키나와 40일 캠프를 마친 박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새 시즌 포수진 운용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작년까진 전담 포수제가 있었지만 올해는 컨디션 좋은 선수를 기용하겠다. 그때그때 컨디션 좋은 선수가 나간다"고 선언했다. 삼성에는 강민호를 필두로 김태군 김재성이란 주전급 포수가 3명이나 있다. 그만큼 많은 팀들이 탐 내는 포수왕국이다.
박진만 감독의 발언은 의미심장한 변화를 내포한 선언이다.
지난해까지는 선발투수에 따라 선발포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주로 뷰캐넌과 원태인 등은 강민호가 전담포수로 출격했다. 수아레즈는 김태군이 맡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 관행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선발투수와 무관하게 컨디션 좋은 포수가 마스크를 쓴다.
전력을 극대화 하기 위한 조치. 전체적인 선수단 운용 기조에 맞춰 포수 자리도 예외 없이 경쟁 구도 속에 시즌을 치르겠다는 의미다. 사령탑의 이 같은 의지는 이미 캠프에서 포수들에게 전해졌다.
주전 포수 강민호 조차 예외가 아니다. 강민호는 오키나와 캠프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삼포수 체제'에 대해 "저희 팀에 이제 확실한 주전이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에 FA로 와서 지금까지는 당연히 주전포수라 생각했지만 이제 저도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후배들과 경쟁을 해서 나의 모습을 보여줘야 주전으로 나갈 수 있는 위치라는 사실을 잘 깨닫고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강민호가 이 정도로 느끼고 있을 정도라면 김태군 김재성의 위기 의식은 말할 필요가 없다.
수준급 포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끊임 없는 긴장감을 가지고 시즌을 치르게 되는 동력이 될 전망. 치열한 여름승부나 부상리스크를 모두 피할 수 있는 균형 있는 체제가 될 수 있다.
삼성이 자랑하는 '삼포수 체제'가 시즌 끝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삼성 포수 중 일부를 탐 내는 팀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구단이 바로 FA 시장에서 박동원을 잃은 KIA 타이거즈다. 지난 겨우내 협상이 여의치 않자 공식적으로는 트레이드 문을 닫았다. "한승택 주효상 경쟁 체제로 시즌을 치른다"는 구상. 하지만 시즌 내내 이 기조가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시즌을 치르면서 기존 포수진이 한계를 노출한다면 대망을 꿈꾸는 팀으로서는 결단을 내릴 공산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원하는 카드는 불펜 필승조. 상대적으로 KIA는 불펜진이 단단한 팀이다.
삼성은 13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전을 시작으로 시범경기를 시작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