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볼넷, 초구 안타, 기습번트 안타' 신인 투수가 감당하기에는 개막전 1군 마운드의 무게감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프로야구 개막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1일 수원KT위즈파크. 4대1로 뒤지고 있던 6회말 1사 2,3루. LG 염경엽 감독은 더 이상의 실점을 막기 위해 투구 수 85개를 기록한 선발 투수 켈리를 내리고 신인 박명근을 마운드에 올렸다.
2023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7순위로 LG 트윈스에 지명받은 박명근은 신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1군 스프링캠프에서 선배들과 함께 몸을 만들었다. 174cm 75kg 투수로서 크지 않은 체구지만 라온고 시절 150km에 육박하는 직구와 고속 슬라이더로 리그 정상급 투수로 평가받았다.
박명근의 최대 장점은 1초가 채 나오지 않는 빠른 퀵모션이다. 사이드암 투수는 오버핸드 투수와 비교하면 퀵모션이 느린 경우가 많아 주자들에게 도루 허용이 잦다. 대표적인 선수가 정우영(사이드암)이다. 지난 시즌 도루 29개 허용, 도루 허용률은 무려 97%. 강력한 구위를 가지고 있지만 느린 퀵모션은 정우영의 단점이다.
시범경기 3경기 등판해 8.1이닝 평균자책점 2.16 33명의 타자들을 상대하는 동안 7피안타 1볼넷 6삼진을 기록한 박명근은 합격점을 받으며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염경엽 감독의 믿음 속 개막전 마운드에 오른 박명근. 베테랑 불펜 투수도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1사 2,3루 상황에서 KT 김민혁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신인 투수가 흔들리자 포수 박동원은 만루 승부를 앞두고 마운드를 찾아 박명근의 어깨를 두들기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이어진 승부에서 KT 이강철 감독은 대타 김준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초구 144km 직구를 적시타로 연결한 김준태와 볼넷 이후 적시타를 허용한 박명근의 희비가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1사 1,3루 상황에서 KT 김상수의 기습 번트가 나오자 박명근은 침착하게 타구를 잡아 1루로 토스했다. 이때 1루 베이스 커버를 늦게 들어간 서건창과 송찬의는 주자 김상수를 잡을 수 없었다.
7대1까지 점수 차가 벌어지자 김경태 투수코치는 공을 들고 마운드에 올랐다. 생애 첫 1군 등판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온 박명근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만원 관중 앞에서 처음 공을 던진 박명근은 이날 투구 수 8개 최고 구속 144km를 기록했다. 자신의 강점인 빠른 퀵모션을 구사하며 타자들과 어떻게든 싸우려는 자세는 좋았지만 1군 마운드는 시범경기 때와는 180도 다르다는 걸 본인 스스로 느꼈을 것이다.
실패의 아픔 속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할 LG 신인 투수 박명근의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