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일본 대표팀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 이후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세계 야구의 영웅이 됐다. 본토에서도 사실상 '야구 그 자체'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메이저리그(MLB)의 오랜 불문율을 어겨도 문제없다. 이쯤 되면 '오타니가 곧 법'이라 부를만도 하다.
미국 야구의 불문율 중에는 투수를 향한 존중을 표하는 문화가 핵심이다. 점수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일 경우 '3볼 스윙 금지', '도루 금지'가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도루나 홈런 세리머니 최소화' , '배트 던지기 금지', '마운드 가로지르기 금지', '퍼펙트 또는 노히트 등 기록 행진 또는 첫 등판하는 투수에게 기습번트 대지 않기(상대팀)' 등도 투수를 야구의 중심으로 보는 문화를 잘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몸에맞는볼(사구) 관련 불문율이 있다. 투수는 몸에맞는볼을 던져도 사과하지 않는다. 맞은 타자는 아픈 내색 없이 출루해야한다. 만약 타자가 아파하거나, 투수를 노려보기라도 할 경우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지기도 한다.
미국 야구에도 페르난도 타니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리스)처럼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화려한 배트 던지기를 선호하고, 기존의 불문율에 도전하는 흐름이 있다. 하지만 150년이 넘는 역사의 무게감은 아직은 적지 않다.
하지만 오타니는 다르다. 오타니는 지난 6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와 더불어 볼넷 2개, 1타점 적시타를 기록하는 등 '이도류' 활약을 펼치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오타니의 승리 못지 않게 미국 야구계의 시선을 끈 행동은 따로 있었다. 이날 오타니는 3회 타이 프랭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에게 잇따라 사구를 허용했다. 특히 팔꿈치에 공을 맞은 에르난데스가 밀려오는 통증에 얼굴을 찌푸리며 1루로 향하자, 오타니는 모자에 손을 대며 사과의 뜻을 표했다. 이에 에르난데스도 가슴에 손을 대며 괜찮다는 뉘앙스의 행동을 했다.
현지 중계진 사이에선 "오타니의 인간성을 감안하면 사구가 고의일리 없다", "(맞은 선수가)괜찮은지 확인하는 모습 또한 오타니답다. 역시 대단한 선수" 등의 대화가 오갔다. 시애틀 현지매체인 시애틀타임스 또한 '오타니가 모자를 들어올렸다. 고의가 아니라는 마음을 전했다. 헤르난데스 또한 괜찮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