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강인권 체제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 NC 다이노스. 약점은 4,5선발의 불확실성이었다. 확신이 없었다. 전문가들의 하위권 예상에도 이 부분이 고려됐다.
하지만 송명기 신민혁 두 투수가 물음표를 지워가고 있다. 출발이 산뜻하다.
특히 송명기는 지난 2년과 완전히 달라졌다. 2년차 시즌이던 2020년 혜성처럼 등장해 한국시리즈를 지배하며 창단 첫 우승에 큰 공을 세운 신예. 대형투수 등장에 대한 기대감에 모두가 들떴다.
하지만 더 큰 도약을 위한 시련의 시간이 있었다. 지난 2년 간 로테이션을 지켰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절치부심, 2023년은 승부의 해였다. 배수의 진을 쳤다. 때 마침 NC 강인권 감독은 4,5선발 경쟁을 천명했다.
겨우내 독하게 준비했다.
가장 큰 포커스는 볼넷을 줄여 긴 이닝 소화하기. 이를 위해 힘이 아닌 템포 피칭을 위해 노력했다.
효과가 있었다. 올시즌 2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급 피칭을 선보이며 선발투수로서 임무를 다했다. 2경기 12이닝 1실점. 비자책으로 평균자책점은 아직 제로다.
시즌 두번째 등판이던 9일 창원 키움전. 180도 달라진 송명기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무려 6⅓이닝을 95구 만에 마치며 6안타 4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6대1 승리를 이끌며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무엇보다 무4사구 피칭이 돋보였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타자와 승부를 걸었다. 힘이 아닌 다양한 구종을 통한 완급조절로 정타를 피했다.
피칭디자인의 변화는 수치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95구 중 65개의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70%에 육박하는 수치다. 구종 다양성도 돋보였다.
최고 구속은 146㎞의 패스트볼을 절반이 조금 넘는 51구를 던졌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각각 19개, 겨우내 집중적으로 가다듬은 느린 커브가 6개였다. 커브로 초구 카운트를 잡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빠른 공 위주로 타이밍을 잡고 있던 타자들의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포크볼의 위력도 배가됐다.
가장 반가운 변화는 세게 보다 효율적 피칭에 눈을 떴다는 점. 가진 힘을 다 쓰지 않고도 타자를 요리하며 효율적으로 길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낀 경기였다. 송명기는 시범경기가 한창이던 지난달 중순 창원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캠프 때부터 시범경기 때까지 볼넷 없이 공격적으로 던지는 데 포커스를 뒀어요. 제가 급하지 않고 여유 있게 해야 타자들이 더 긴장하니까 여유를 가지다보니 승부가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2020년 버전의 송명기'는 돌아가야 할 목표가 더 이상 아니다.
"2020년이요?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드려야죠. 준비 잘 했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바람직 하지 않았던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부터의 탈피다. 그 어려운 것을 송명기가 해내고 있다. 2020년 이후 품었던 대형투수 탄생에 대한 기대감. 3년을 건너 뛰어 이제야 현실이 될 전망이다.
구창모와 함께 리그 최강의 토종 좌우 원투펀치가 탄생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하위팀으로 분류됐던 NC의 야망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