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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러거' 박병호 강정호가 20도루를 할 때가 있었다, 염경엽 시절이었다 "도루 하면 체력이 방전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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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의 뛰는 야구. 압도적이다.

시범경기 부터 심상치 않았던 무한 발야구가 정규시즌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10일 현재 8경기를 치른 LG는 무려 26차례 도루를 시도했다. 압도적 수치다. 두번째로 많이 시도한 NC와 두산(10차례)의 2.6배다. 17번 훔쳤고, 9차례 덜미를 잡혔다. 성공률은 65.4%.

75%~80%의 성공률이 돼야 효용이 있다고 여겨지는 도루. 하지만 염 감독 생각은 다르다.

10%를 뚝 깎아 "65%만 성공해도 괜찮다"고 단언한다.

이유가 있다. '보이지 않는 부수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즌 2차전에 앞서 염 감독은 '뛰는 팀' 이미지의 파급 효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제 양창섭 선수가 평소보다 공을 오래 쥐고 있었잖아요. 견제도 많이 하고요. 그만큼 투수의 템포를 흐트러뜨릴 수 있습니다. 포수의 볼 배합과 움직임도 달라질 수 밖에 없죠. 주자를 잡기 위해선 투수가 아닌 포수 중심으로 볼 배합이 바뀌죠. 여기에 수비수들은 주자에 눈을 뗄 수가 없어요. 그러다보면 범위가 좁아지게 되죠. 얻을 수 있는 것이 10% 이상이에요. 75%가 아닌 80% 성공 효과를 볼 수 있는 거에요."

실제 지난 주중 고척에서 LG전을 치른 키움 2루수 김혜성은 "틈만 보이면 뛰는 팀이라 수비할 때 1루 주자를 계속 보게되더라"고 말해 염 감독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했다.

선수들의 체력 걱정도 일축했다. 염경엽 감독은 "막무가내로 뛰는 게 아니다. 그러다보면 20게임 만에 뻗을 것"이라며 "해당선수의 주력과 체력, 경기 상황, 타자의 타격 흐름, 게임 양상 등을 두루 고려해서 승부처에서 벤치 사인을 낸다"고 설명했다.

체력 고갈에 대한 우려를 반박하며 넥센 시절 이야기도 소환했다.

"저는 뎁스가 지금보다 약했던 넥센에서도 뛰는 야구를 해봤어요. 박병호 강정호가 도루 20개 하면서도 홈런수가 줄지 않았어요. 그걸 어떻게 설명하겠어요."

염경엽 감독은 2012년 넥센 작전 주루코치로 부임했다.

그 해 박병호는 커리어에서 유일한 20도루를 기록했다. 그러면서도 31홈런을 치며 홈런타자로 급부상 했다.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133경기 전 경기를 소화했던 시즌이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 시절 박병호는 두차례나 더 두자리 수 도루에 성공하면서도 커리어 최다인 53홈런을 기록했다.

강정호 역시 염경엽 주루코치 부임 해인 2012년 처음으로 20도루(21개)를 넘겼다. 홈런도 25개나 치며 커리어 첫 20-20을 달성했다. 이듬에도 15도루-22홈런을 기록하며 호타준족 이미지를 유지했다. 두 시즌 모두 120경기를 넘게 뛰며 건강함을 과시했다.

뛰는 야구가 무조건 체력을 방전시킨다는 것은 선수 개개인의 차이를 무시한 선입견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