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미국에선 다들 스위퍼에 빠져있다. 한국에선 글쎄…"
지난해 투수 골든글러브에 빛나는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올해도 3경기 평균자책점 0.47로 타자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안우진은 최근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선보여 유명해진 신구종 '스위퍼'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WBC 결승전 마지막 순간 오타니가 마이크 트라웃(에인절스)를 헛스윙 삼진처리한 공이 바로 스위퍼다. 안우진은 "연습은 해봤는데 잘 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도 올시즌부터 구종 분류에 '스위퍼'를 추가했다.
안우진에게 '스위퍼'를 알려준 사람은 팀동료 에릭 요키시다. 올해로 5년째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장수 외인이다.
'스위퍼'는 변화구 중 구속이 빠르고, 횡으로 휘어나가는 구종이라는 점에서 슬라이더와도 비슷하다. 하지만 16일 고척돔에서 만난 요키시는 스위퍼의 그립까지 직접 잡아 보여주며 "횡슬라이더와는 전혀 다른 구종"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슬라이더는 옆으로 휘는 폭이 작고 조금 떨어진다. 스위퍼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멀리 달아난다. 투구 데이터를 보면 확실한 차이가 드러난다. 무엇보다 커브나 슬라이더는 중지, 스위퍼는 검지가 포인트다."
요키시는 '투심처럼 그립을 잡고, 던질 때는 커브를 던지듯이 던진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커브처럼 톱 스핀을 먹이는 선수도 있고, 커터처럼 구사하는 선수도 있다. 공이 '슬라이더보다 더' 옆으로 크게 휘어지면서 날아간다는 점이 중요하다.
요키시가 스위퍼를 실전에서 던진 건 지난해 2번, 딱 5구다. 이후로는 던지지 않고 있다. 그는 "당시 파울과 땅볼이 나왔다"면서도 "난 구속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쓰기가 어렵다. 좀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에겐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또 시즌 전부터 연습한게 아니라 시즌 중반에 가볍게 연습해본 공이라서 완전히 손에 익지 않았었다"고 덧붙였다.
스위퍼를 던지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요키시는 "팔꿈치에 조금 무리가 간다는 느낌이라 던지고 싶은 욕심은 없다. 스위퍼가 좋은 구종이긴 하지만, 아직 슬라이더도 구종 가치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한국의 리그 차이도 있다. 미국야구는 이른바 '구속 혁명'과 '발사각 혁명'을 모두 겪었다. 투수들은 점점 더 빠른 공에, 타자들은 어퍼스윙에 초점을 맞춘다. 요키시는 "미국 타자들은 앞에서 세게 치려고 한다. 반면에 한국은 짧게 잡고 커트 느낌으로 치는 선수들이 많아 미국만큼 효과적이진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안우진의 스위퍼 연마에 대한 홍원기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홍 감독은 "스위퍼가 아니라도 다양한 무기를 가진 투수다. 안우진에게 투구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진 않는다. 다만 자신의 구종을 늘림으로써 아직도 성장하길 원한다는 점에 격려해줬다"고 했다.
다만 부상 우려는 전했다고. 홍 감독은 "안우진이 작년에 포크볼을 던진 적이 있다. 구속 면에서 타자 눈을 현혹시키는데는 수월하지만, 부상 위험이 높고 구속 저하가 우려된다는 얘기를 듣고 그 얘기는 했다"면서 "이후에 안우진이 포크볼을 던지지 않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스위퍼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