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정점에서 선택한 변화.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는 더 '강한 타자'가 됐다.
지난해 이정후는 KBO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142경기에 나와 타율 3할4푼9리를 기록하면서 타율, 안타(193개), 출루율(0.421), 장타율(0.575), 타점(113개)에서 1위를 해 '5관왕'에 올랐다. 정규시즌 MVP는 이정후의 몫이었다.
최고의 타자로 활약했지만, 이정후는 올 시즌 작은 변화를 줬다. 타격폼 변화라고는 하지만 방망이를 들고 있는 손 높이와 스트라이드를 조정했다.
변화의 이유는 명확했다. 타격 밸런스 개선이다. 공을 더 잘보고, 중심 이동이 원할하게 되면서 타격 포인트에 좀 더 빠르게 접근하기 위한 변화였다. 타격 밸런스의 전반적 향상을 목표로 삼았다.
이정후가 KBO리그에서 남아있는다면 굳이 타격폼에 변화를 줄 필요는 없었다. 올 시즌을 마치고 이정후는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이정후 역시 미국 거물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와 손을 잡으며 빅리그 진출에 대한 단계를 밟아가기 시작했다.
이정후에게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1년. 초반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타율 2할3푼8리에 머무르면서 '이정후답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자연스럽게 타격폼 변화가 독이 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타율은 좋지 않지만, 지금까지 이정후의 변화는 성공적이다.
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정후의 올 시즌 타구 속도가 평균 145.1km 나왔다. 이정후의 평균 타구 속도가 140km가 넘은 건 입단 이후 처음.
동시에 발사각도도 더욱 개선됐다. 올 시즌 이정후의 평균 발사각도는 20.3도.
통상적으로 배럴타구(타율 5할, 장타율 1.500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잘맞은 타구)의 조건이 발사각 26도에서 30도, 타구 속도 98마일(157.7km) 이상 인 걸 감안하면 이정후의 타구는 조금 더 배럴타구에 근접해지고 있다. 결국 이정후의 겨울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타율 하락은 '운'과 '팀 사정'이 함께 담겨 있었다. 이정후는 그동안 박병호 김하성 등 앞뒤로 최고의 타자가 함께 있었다. 지난해에는 야시엘 푸이그가 버티고 있어 투수들이 쉽게 승부를 볼 수 없었다.
올 시즌에 애디슨 러셀이 왔지만, '장타자'와는 거리가 멀다. 이정후 뒤에서 확실하게 칠 수 있는 타자가 줄어들면서 견제가 늘어났다. 투수들의 정면 승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운도 지독하게 따르지 않고 있다. 잘 맞은 타구가 호수비나 수비 시프트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올해 이정후의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은 2할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1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타격 밸런스나 감각은 나쁘지 않다. 타구스피드도 작년보다 더 좋다. 시프트에 잡히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빈 곳을 보고 치기보단 내가 할 수 있는 타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분명히 더 성장하고 진화했다. 결국에는 흔들리지 않고 밀고 나갈 수 있는 '뚝심'이 필요한 시기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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