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아직은 적응기가 필요한걸까.
롯데 자이언츠가 4년 총액 80억원에 야심차게 영입한 포수 유강남(31)의 출발이 더디다. 19일 현재 유강남의 타율은 1할8푼9리(43타수 8안타) 1홈런 1타점, OPS(출루율+장타율)는 6할에 미치지 못한다. 고작 14경기를 치른 시점이고 지표 자체가 작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다.
타격보다 좀 더 눈에 띄는 것은 수비다. 18~19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에서 롯데 마운드는 이틀 연속 빅이닝을 헌납했다. 이번 주중 시리즈 전 팀 득점권 타율이 1할대까지 추락하는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KIA였다. 롯데도 팀 평균자책점이 10개 구단 중 최하위를 달리는 와중에 맞이한 시리즈라는 점을 보면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투수를 리드하는 포수 입장에서 선발 투수가 이틀 연속 빅이닝을 내주고 5이닝 전에 물러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게 달가울 리는 없다.
유강남은 LG 시절 장타력과 주루 센스를 겸비한 포수로 주목 받았다. 수비에선 공 한 개 차이로 빠지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둔갑시키는 프레이밍 기술이 독보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최근 수 년 동안 포수 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롯데 마운드를 안정시키고, 공격에서도 힘을 보탤 선수로 꼽혔다. 롯데가 80억원이란 적지 않은 금액을 베팅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그 효과는 극적으로 드러나진 않는 모양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 7라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유강남에게 올 시즌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출발하는 첫 시즌이다. 익숙했던 구장 환경과 눈 감고도 알 수 있었던 투수 습성과 작별했다. 스프링캠프부터 두 달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호흡을 맞추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발걸음을 보면 환경적 측면 뿐만 아니라 투수와의 호흡도 완벽하게 적응했다고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어디까지나 시즌 극초반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행보가 유강남의 모든 것이라 볼 순 없다. 계기가 만들어지면 반등하는 건 시간 문제인 게 방망이다. 투수와의 호흡 역시 플레잉 타임이 쌓이면서 차츰 해결될 문제다. 그러나 순위 싸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4월 한 달간 유강남이 지금과 같은 행보를 이어간다면 롯데의 어려움도 커질 수밖에 없다. 유강남과 롯데 모두 반등을 절실히 바랄 수밖에 없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