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우완투수 안우진(24)는 강속구를 던지는 후배들의 '롤모델'이다. 국내선수로는 최초로 시속 160km 벽을 넘은 한화 이글스 우완 문동주(20)는 "(안)우진이 형 경기 영상을 자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스피드가 보다 제구가 중요하다는 걸 배운다"고 했다.
현재 KBO리그 최고투수가 안우진이라는 데 물음표를 다는 야구인은 없다. 최고 유망주로 입단해 최고 투수로 성장한 모범 사례다.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뿐만 아니라, 제구력, 경기운영, 변화구 등 최고 투수로서 모든 것을 갖췄다.
안우진은 지난 1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시속 159km를 던졌다. 선발투수 중 직구 평균 구속은 안우진이 최고다. 시속 154km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가장 안정적으로, 가장 위력적인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속에 관한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강속구 투수들이 속속 등장했다. 한국야구로 보면 고무적인 일이다.
대표적인 강속구 투수가 한화 문동주와 김서현(19)이다. 문동주는 지난 12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시속 160.1km를 찍었다.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시속 160km를 찍었다. 김서현은 19일 두산 베어스전에 중간계투로 첫 등판해, 최고 158km를 던졌다. 1이닝을 삼진 2개를 섞어 무실점으로 막았다. 제구가 되는 강속구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보여줬다.
안우진은 후배들의 등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안우진은 "그 선수들이 제구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고, 빠르게 던지는 건 너무 좋은데, 구속보다 제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숫자가 주는 확실한 임팩트가 있다. 일단 구속이 빠르면 화제가 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러다보면 의지와 상관없이 제구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안우진은 빠른공을 갖고 있다는 건 분명히 유리한 점이 많지만, 그게 전부라는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최고 레벨의 투수로 올라서려면 그렇다.
휘문고 시절에 안우진도 구속만 신경썼다고 했다. 그는 "지금 제가 제구를 강조하는 건 제구가 절실했기 때문이다"고 했다.
안우진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이 제구력이 아니라, 던지고 싶은 곳으로 던지는 능력이다"고 정리했다. "제구를 위해 왼팔도 신경쓰고 팔이 올라오는 타이밍, 어깨 라인도 신경쓴다. 저만 느끼는 감이 있다"고 했다.
투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타자를 출루시키지 않는 것이다. 그게 삼진이 될 수도 있고, 정타를 못 만들게 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는 "바깥쪽으로 정확히 던졌을 때, 아니면 몸 쪽으로 정확히 던졌을 때, 타자들에게 장타를 맞을 확률이 떨어진다. 잘 맞아봐야 외야 플라이 아니면 땅볼이 된다. 공을 던지는 위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빠른공이 있으면 유리한 점이 있다"고 했다.
안정적인 제구력을 갖추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경험도 따라줘야 한다. 지난 몇 년간 부단한 노력이 지금의 안우진을 만들었다.
안우진은 올시즌 4경기에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1.8을 기록했다. 4경기 모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25이닝을 던지면서 삼진 39개를 잡았고, WHIP(이닝당 출루 허용율)가 0.80, 피안타율이 1할7푼4리다.
고척=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