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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의 가을야구? 선발 고민에 머리 싸맸던 롯데…새로운 '희망'이 떴다 [SC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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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대체 외인 투수가 모처럼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애런 윌커슨은 롯데 자이언츠에게 6년만의 가을야구를 안겨줄 수 있을까.

포스트시즌 진출이 롯데 구단과 팬들에게 갖는 의미는 깊다. 매년 밥먹듯이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로이스터 체제'가 자리잡았던 2008~2012년 5년 연속 가을야구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로이스터 이전 시대는 이른바 '비밀번호'로 불리는 암흑기다. 2012년 이후 10년간 포스트시즌에 오른 건 이대호가 복귀한 2017년, 단 1시즌 뿐이다.

대규모 체질 개선도 거쳤다. 노장 선수들을 대거 내보내고, 안치홍 유강남 노진혁 등 적극적인 FA 투자와 황성빈 김민석 윤동희 등 신예들의 기용을 통해 팀 컬러를 바꿨다. 이대호로 대표되는 느리지만 한 방이 있는 라인업에서 보다 다이내믹하고 빠른 야수진으로 변모했다.

마운드의 '자체 개선'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도 있었다. 박세웅이라는 확실한 토종 에이스가 있고, 구승민-김원중이란 수준급 셋업맨과 마무리도 갖췄다. 원투펀치를 좋은 외국인 투수로 채운다면 가을야구에 가는 건 멀지 않은 일처럼 보였다. 올해는 한현희라는 FA 투수까지 영입하며 한층 뎁스를 더했다.

6~7월의 부진이 깊다. 6월 이후만 따지면 롯데는 13승25패를 기록, 승률 3할4푼2리로 10개 구단중 9위다. 8위 KIA 타이거즈(15승19패1무, 승률 4할4푼1리)와의 차이도 제법 크다.

타선도 타선이지만, 선발진의 부진이 더 고민이다. 잘 던지던 박세웅은 최근 2경기 연속 흔들렸고, 나균안의 부진은 제법 길어지고 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 나균안에 대해 '포크볼에 의존하는 패턴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언급할 정도다.

6월 하순 선발진에 복귀한 이인복은 아직까지 지난 시즌 같은 여유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현희는 불펜 기용을 통해 조금씩 안정감을 찾는 단계다. 대체 선발로 거론되는 정성종이나 진승현도 아직까진 그만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박세웅과 나균안이 한꺼번에 이탈하는 항저우아시안게임 기간에 대한 걱정은 더 커졌다.

그래도 웃을 일이 생겼다. 댄 스트레일리의 자리를 대체한 새 외인투수 애런 윌커슨의 호투다. 윌커슨은 2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데뷔전에서 첫 승을 올렸다.

예정됐던 80구 미만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채운 영리한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최고 149㎞까지 나온 직구와 더불어 듣던대로 다양한 변화구, 그리고 안정된 제구력이 돋보였다.

구위로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닌 만큼 수비진의 도움이 필요하다. 롯데 내야는 수비 범위가 넓진 않지만, 실책이 적고 안정감이 좋다. 구드럼이 3루로 나올 때는 이 같은 장점이 더욱 배가될 전망.

후반기 들어 롯데는 최준용이 복귀하는 등 불펜의 무게감이 한층 올라간 상황. 6년만의 가을야구 여부는 선발진에 달렸다. 윌커슨의 데뷔전은 그 희망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첫걸음이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