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포기할 수 없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콜린 벨호 미드필더'이영주(31·마드리드CFF)가 국제축구연맹(FIFA)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마지막 독일전, 유종의 미를 다짐했다.
이영주는 콜린 벨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이 부임 직후부터 믿고 써온 핵심 에이스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동아시안컵 대회 이후 소속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쓰러졌다.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을까 절망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녀는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지난 6월 최종소집에서 11개월 만에 벨 감독의 부름을 받고 2019년 프랑스 대회 이후 두 번째 월드컵 도전의 기회를 얻었다. 벨 감독은 5월 말 귀국한 이영주와 파주에서 개인훈련을 이어가며 대표팀 복귀를 도왔다. 이영주는 콜롬비아와의 1차전, 모로코와의 2차전엔 나서지 못했다. 동료들의 2연패를 속수무책 바라봐야 했다. 2연패 후 실낱 희망만이 남은 3차전 독일전. 이영주는 출전을 열망하고 있다.
그녀는 1일 오후 대표팀 호텔인 호주 릿지 캠벨타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월드컵 준비과정 뿐 아니라 부상이후 컨디션을 올리는 기간 힘든 과정을 거쳤다"고 돌아봤다. "스페인에서 귀국한 다음날부터 5월 말부터 벨 감독님과 스케줄을 맞추고 싸주신 훈련 프로그램으로 훈련했다. '고강도'훈련이 힘들었지만 힘들지 않았다. 다시 뛸 수 있어 행복했다"고 했다. "스페인에서 월드컵을 잘 준비하려고 했는데 무릎을 다쳤고, 월드컵에 못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도전할 때까지 해보자, 끝까지 꺾이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미소 지었다.
간절했던 두 번째 월드컵 무대, 23명의 스쿼드에 마침내 이름을 올렸다. "월드컵은 전세계 여자축구 선수 모두가 원하는 무대다. 당연히 간절하게 준비했고, 모든 선수들이 간절하게 준비한다. 이 자리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두 번째 월드컵은 시련이다. 2경기에서 2연패했고 한 골도 넣지 못하며 탈락 위기에 내몰렸다. 강호 독일전에서 콜롬비아가 모로코를 이기고, 한국은 독일에 5골 차 승리를 거두는 '기적의' 경우의 수만이 남았다. 하지만 이영주는 끝까지 희망을 향해 달릴 뜻을 분명히 했다. "예상과 달랐고, 다른 전개로 흘러가서 당황스럽지만 벨 감독님께서 '이 작은 희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포기해선 안된다'고 하셨다. 저희 역시 이 작은 틈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결과로 보여드릴 것"이라고 했다.
'브리즈번의 기적'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이영주는 "네!"라고 즉답했다. "마지막 독일전엔 꼭 출전하고 싶다. 첫 두경기를 보면서 뛰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경기를 보기 힘들었다. 모든 선수들이 다 같은 마음이다. 모든 선수가 원하듯 나도 뛰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우리를 오래 지켜봐오신 분들은 다 알것이다. 이 무대에서 저희의 모습을 이것밖에 보여주지 못한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고 했다. "출전하게 된다면 주변 선수들을 더 잘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조)소현언니와 함께 서게 된다면 언니가 공격적으로 더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남자축구 신태용호가 독일을 상대로 '카잔의 기적'을 썼던 기억을 떠올리자 이영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수들도 그 이야기를 했다. 희망이 있다. 어제 스페인-일본전에서 일본이 스페인을 4대0으로 이기는 걸 보면서도 희망을 가졌다. 일본도 하는데"라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 "16강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이 대회 이후에도 계속 경기를 해야 한다. 이 경기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가 이 대회에서 안좋은 기억만 갖고 가는 게 아니라 함께 좋은 기억 하나라도 갖고 가길 바란다. 다른 대회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경기다. 그렇게 우리의 월드컵을 이어가면 좋겠다"고 바랐다..
"지난 월드컵을 큰 실망감으로 끝냈지만 이번엔 절대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 한풀 꺾이긴 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경기가 기적을 만들 수 있는 순간이 되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은 위기에 강한 팀이다. 이 위기를 뚫어나가야 한다. 실패가 아닌 도약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캠벨타운(호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