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제 스위퍼요? 아직 던진다고 말하긴 좀 부끄러운데…"
롯데 자이언츠 최준용은 8월 들어 평균자책점 1.35의 호투를 펼치고 있다.
전반기 내내 투구 밸런스와 중심 이동을 가다듬은 결과 150㎞에 달하는 직구의 구위가 살아났다. 김현욱 투수코치의 조언에 따라 투구 동작을 한층 간결하게 바꿨다. 익스텐션(발을 길게 뻗는 동작) 자체는 여전히 2m가 넘는 최준용의 최대 강점이다. 하지만 익스텐션 과정에 무리하게 힘을 주지 않고 한층 자연스럽게 상체가 넘어오는 투구폼으로 바뀌었다.
최준용이 베테랑 김상수와 함께 필승조 구승민 김원중의 부담을 덜어줌에 따라 롯데는 8월 들어 조금씩 기지개를 펴며 반격을 노크할 수 있게 됐다.
그가 최근 들어 열심히 연마중인 신 구종이 있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이후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위퍼다. 슬라이더 못지않은 구속에 커브 같은 큰 각도로 휘는 변화구다.
KBO리그에서 가장 잘 구사하는 투수는 단연 에릭 페디(NC 다이노스)다.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을 비롯해 토종, 외인을 가리지 않고 연구하는 투수들은 있지만, 아직 실전에서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선수는 별로 없다.
최준용은 "김 코치님께 배우긴 했는데, 아직 제 스위퍼는 스피드도 각도 부족하다"고 했다. 메커니즘 자체는 스위퍼인데, 구속이 120㎞대 초반이라고. 좀더 빠르게 크게 꺾이도록 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그래도 실전에서 간혹 던져서 상대 타자들을 흔드는데 유용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에릭 요키시(전 키움), 댄 스트레일리(전 롯데) 등 한국에서 여러 시즌을 뛰었던 외인들은 동료들에게 스위퍼를 전수하면서도 '던지기 정말 어렵고, 부상 위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KBO 올스타전 때는 '홈런 1위' 한화 이글스 노시환이 페디를 찾아 스위퍼 그립을 배우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준용은 "저도 전에 NC전 때 페디한테 배우려고 했는데, 와이드너를 페디로 착각했어요. '난 스위퍼 안 던지는데'라고 하길래 영업비밀이라 안 가르쳐주는줄 알았는데…"라며 민망해했다.
경남고 1년 선배인 노시환은 연일 홈런을 쏘아올리며 올시즌 최고 타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벌써 홈런 27개로 2위 최정(SSG 랜더스·21개)을 멀찌감치 제치고 있다. 최준용은 "사실 (노)시환이 형이 투수도 잘해요. 아마 프로 와서 투수했으면 저만큼은 했을 거에요"라며 웃었다.
"직구 구속이 저랑 비슷해요. 150㎞까진 아니라도 140㎞ 후반은 쉽게 던질 걸요? 스위퍼까지 장착했으니…하지만 제가 타자했으면(최준용은 유격수 출신이다) 내야 수비는 제가 시환이형보다 잘했을 걸요?"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