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포수 아닌)1루나 외야에서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2군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많은 노력을 통해 스스로 만든 기회를 잡았다."
포수 마스크는 벗었다. 1루와 좌익수에서의 수비도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방망이가 너무나 뜨겁다.
롯데 자이언츠 이정훈(29)이 주목받는 이유다. 후반기 타율 4할2푼2리(45타수 19안타) 7사사구. 50타석 이상을 소화한 롯데 타자들 중 유일한 4할 타자다. 당연히 동기간내 팀내 타율 1위다.
이정훈의 타격 실력에 대해서는 전 소속팀 KIA 타이거즈도 잘 알고 있었다. 지난해 방출 당시 부메랑을 우려하는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KIA에선 충분한 1군 기회를 줄 수 없었고, 선수의 앞길을 터주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지만, 여전히 수비 포지션은 발목을 잡았다. 이적 당시만 해도 이정훈은 포수 마스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시범경기 때만 해도 포수로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또다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롯데 구단은 충분한 기회를 준 뒤 1루와 좌익수로의 전향을 권했고, 이정훈은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롯데에서의 첫 1군 등록은 올스타전 직전인 7월 12일에나 이뤄졌다. 하지만 첫 타석에서 홈런을 쏘아올리며 모두를 감탄시켰다. 이후 지명타자 한자리를 꿰찼다.
최근에는 좌익수로도 선발 출전하고 있다. 수비가 다소 아쉽다고는 하나, 롯데에는 전준우 정훈 등 번갈아 지명타자 역할을 소화해온 베테랑들이 있다. 곧 돌아올 주전 포수 유강남도 정기적인 지명타자 출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급적 비워두는 편이 좋다. 이정훈이 좌익수 자리에 안착하는 게 가장 좋은 해법이다.
친정팀 KIA를 상대로 한 주말 3연전에서도 2안타 1타점을 추가하며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 삼진 8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 6개를 골라내며 선구안에서도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은 득점권에 조금 약한 면모가 있지만(타율 2할2푼2리) 실전 경험이 쌓이다보면 나아질 부분이다. 한방이 부족하고, 전반적으로 침체돼있던 롯데 타선에 이정훈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수비에서도 펜스에 몸을 던지는 등 허슬 하나만큼은 김민석 윤동희 안권수 등 기존 외야진에 뒤지지 않는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좋은 타자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1루나 외야에 잘 적응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2군에서 스스로를 증명했고, 자신이 만든 기회를 잡았다"고 칭찬했다. 이제 롯데를 가을야구로 이끌고, 부산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일만 남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