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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ON]"인사 안 받아 주던데요" 5년 전과 다르다, 인공기 안 걸고 은둔하는 북한 선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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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북한 선수단의 분위기가 5년 전과는 180도 다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당시엔 소위 '오픈 마인드'였다. 남북한이 개막식에서 공동 입장한 것을 시작으로 여자 핸드볼 경기를 끝마치고 양팀 선수단이 기념 사진을 남겼다. 자카르타 시내 북한 올림픽회관을 개방했고, 옥류관 냉면을 선보였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은 진심으로 대회를 즐겼다. 남북한 스토리는 아시아 전역에서도 큰 관심거리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친 뒤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5년만에 국제무대에 등장한 북한은 다시 '폐쇄적인 북한'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18일 중국 저장성 진화 일대서 훈련을 마친 북한 남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숙소에 도착해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숙소로 향했다. 19일 찾은 항저우 내 아시안게임 선수촌에서도 북한의 흔적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스리랑카, 인도 등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단 숙소 외부에 국기를 걸었다. 국기는 곧 자긍심이다. 23일 개막식을 앞두고 미리 입국한 선발대가 가장 먼저 한 일이다. 두 동을 나눠쓰는 한국은 401동에 태극기, 402동에 'Team Korea' 현수막을 각각 걸었다. 우리나라는 역대 가장 많은 1140명의 선수 및 임직원을 파견했다.

북한은 이미 숙소에 짐을 푼 상태였다. 15일 선발대 60명이 입국했고, 18일 뒤이어 후발대가 단둥을 거쳐 항저우에 도착했다. 북한이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등록한 선수단은 18개 종목 191명이다. 이중 다수가 숙소에 머물고 있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 인공기가 베란다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45개 참가국 중 유일한 '은둔팀'이다. 북한은 자카르타-팔렘방대회 기간 중엔 숙소 외곽에 인공기를 걸었다.

북한 선수들의 '실물'은 확인했다. 이날 북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한 선수가 홀로 선수촌 내에서 조깅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선수들과 어우러져 다이닝홀에서 같이 식사도 한다. 북한 축구대표팀은 한국 축구대표팀과 진화의 한 호텔에 같이 묶는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선수촌 식당에서 북한 선수들을 만나 인사했는데, 받아주진 않더라"고 멋쩍게 웃었다. 선수촌 투어 안내를 맡은 대회 자원봉사자에게 북한 선수단과 숙소 등에 대해 물으니, "한국 외 다른 팀의 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휴대전화 화면으로 훈련 일정을 보여주던 이 자원봉사자는 화면에 북한 일정이 뜨자 화들짝 놀라 화면을 손으로 가렸다. 북한의 정보는 제공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철통보안 속에서 조용히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 남자 축구팀은 19일 진화 저장사범대 동운동장에서 대만과 조별리그 F조 첫 경기를 치렀다. 북한은 축구 외 육상, 레슬링, 역도, 사격, 복싱, 수영 등 종목에 출전한다. 지난 자카르타-팔렘방대회에선 금메달 12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13개, 총 37개의 메달을 따 종합 10위를 기록했다. 북한은 23일 개막 이후에도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