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왜 입방정을 떨었을까?
토트넘 핫스퍼 다니엘 레비 회장이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 계약 조건 중 바이백 조항이 있다고 공개했다. 케인은 토트넘을 영원히 떠난 것이 아니었다.
최근 케인은 토트넘 팬들의 가슴을 찢는 망언을 내뱉었다. 팀을 떠났으니 쌓였던 악감정을 털어내는 것이 아니냐며 팬들의 원성을 샀다. 하지만 케인은 2027년 이후 토트넘에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는데 경솔한 발언을 했다. 비호감으로 돌아선 팬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케인은 2011년부터 토트넘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본인은 세계 최정상급 스트라이커로 인정을 받았지만 토트넘은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가 단 하나도 없는 평범한 중위권 클럽에 불과했다.
케인은 결국 우승을 위해 지난 8월 바이에른으로 이적했다.
케인이 바이에른에서 한 달을 보낸 뒤 실시한 인터뷰가 문제가 됐다. 케인은 토트넘이 바이에른에 비해 경쟁적이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데일리메일이 보도한 바에 의하면 케인은 "궁극적으로 발전하려면 최고 수준에서 플레이해야 한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타이틀을 위해 싸워야 한다"라며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8위에 그쳤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커녕 유럽대항전 자체에 나갈 자격도 못 갖췄다.
또한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케인은 "물론 토트넘 선수들도 승리를 원한다. 그래도 몇 경기 진다고 해도 그것은 재앙은 아니었다. 바이에른은 매 경기를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토트넘은 이기고 싶은 클럽이고 바이에른은 이겨야 하는 클럽이라고 비교했다.
성난 팬들은 케인의 SNS로 몰려갔다. 케인의 SNS는 아수라장이 됐다.
공교롭게 케인은 그날 카일 워커의 잉글랜드 대표팀 데뷔골을 축하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잉글랜드는 이날 우크라이나와 유로2024 예선에서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토트넘 팬들은 '이기지 못했는데 이 경기는 재앙이 아닌가요?', '여기는 바이에른이 아니라서 이기지 못해도 재앙이 아닌가보다', '너는 최악이야', '네가 전성기를 보낸 클럽을 향해 그런 인터뷰는 필요하지 않았다', '토트넘이 널 키웠다는 사실을 잊지 마', '토트넘 팬들이 너에 대한 존경심을 모조리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와 같은 댓글이 달리며 성토의 장이 됐다.
케인의 저격과 다르게 토트넘은 2023~2024시즌 출발이 매우 좋다. 새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의 공격 전술이 자리를 잘 잡은 모양새다. 토트넘은 개막전 무승부 후 4연승이다. 4승 1무로 프리미어리그 4위다.
케인은 '재앙 발언' 불과 10일 뒤, 태도를 바꿨다.
케인은 "나는 일반적으로 항상 대부분의 축구를 챙겨서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프리미어리그는 하이라이트를 다 본다. 프리미어리그는 내가 평생 봤던 축구다. 앞으로도 지켜볼 것이기 때문에 이를 즐긴다"라며 당연히 토트넘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토트넘이 시즌을 잘 시작했다. 정말 훌륭하다(great)"라며 만족감과 동시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케인의 오락가락 하는 모습에 팬들이 혼란스러워하던 도중 레비가 '바이백'을 발표한 것이다.
스포츠 전문 미디어 '디애슬레틱'이 20일(한국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레비는 이날 열린 토트넘 팬포럼에 참석해 케인에 바이백 조항이 있다고 공개했다.
바이백은 선수를 특정 구단에 매각할 때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친정팀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계약이다. 영원한 이별이 아닌 '장기 임대'와 비슷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케인과 바이에른의 계약은 2026~2027시즌 까지다. 2027년 여름 토트넘이 바이백을 발동하면 케인은 복귀해야 한다.
레비는 "우리는 케인에 대한 바이백 조항을 가지고 있다. 케인의 복귀는 언제나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바이백이 발동하면 케인은 바이에른과 계약이 끝나는 2027년, 34세 시즌에 토트넘으로 돌아올 수 있다.
케인을 바라보는 토트넘 팬들의 진심은 어떨지 사뭇 궁금하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