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9회초 한 타석에서 '번트 대타'와 '타격 대타'를 나눠서 기용하는 신박한 작전을 써서 화제다.
KT는 2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서 1대2로 패했다. 0-2로 끌려가던 6회초 2사후 문상철의 몸에 맞는 볼과 장성우의 좌중간 안타로 만든 1,3루서 김상수의 적시타로 1점을 추격한 KT는 9회초 천금같은 찬스를 얻었으나 끝내 점수를 얻지 못했다.
그 9회초에 이 감독은 재미있는 대타 작전을 펼쳤다.
선두 8번 조용호가 좌중간 안타를 치고 나가자 9번 오윤석 타석 때 대타 이시원을 투입했다. 9회 무사 1루기 때문에 희생번트를 대기 위한 대타일 가능성이 높은데 왼손 타자인 이시원이라 상대 투수 이시원을 상대하기 위한 왼손 대타인가 했지만 아니었다. 희생 번트를 위한 대타 카드였다.
그런데 이시원이 너무 긴장을 했다. 초구가 몸쪽으로 높게 왔는데 그것을 빼지 못하고 댔는데 뒷그물을 맞는 파울이 됐다. 2구째 정해영의 145㎞의 바깥쪽 높은 직구에 이시원이 다시한번 번트를 댔는데 또한번 뒷그물로 날아갔다. 2스트라이크가 되며 번트 기회가 날아갔다.
이때 이강철 감독이 이시원을 뺐다. 그리고 더그아웃에서 이호연이 방망이를 들고 나왔다. 이제 번트를 댈 필요가 없이 쳐야 하니 잘치는 대타 카드를 내는 것. 이시원은 올시즌 타율이 1할5푼4리(26타수 4안타)이고 이호연은 2할7푼7리(184타수 51안타)이니 이 상황에선 바꿔야 하는게 당연해 보였다.
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나온 이호연은 볼을 하나 고른뒤 4구째를 밀어쳐 좌중간 안타를 기록하며 무사 1,2루의 더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이제 1번 배정대의 타석. 그런데 이강철 감독이 대타 송민섭을 기용했다. 배정대를 뺐다는 것은 이번에도 번트 작전을 쓰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송민섭은 낮은 초구를 잘 골랐으나 2구째 몸쪽으로 파고드는 직구에 방망이를 대 파울. 볼이어서 대지 말았어야 했는데 번트를 대야한다는 부담이 커보였다. 3구째 가운데 높은 직구에 번트를 댔는데 다시 파울이 됐다.
다시 교체 결정이 내려졌다. 대타 안치영. 안치영은 4구째 볼을 고른 뒤 5구째 146㎞의 직구를 때렸으나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1사 1,2루서 2번 황재균의 2루수 땅볼로 2사 1,3루가 됐고, 3번 알포드의 볼넷으로 2사 만루. 그리고 4번 박병호의 좌익수 파울 플라이로 결국 1대2로 경기가 끝났다.
대타 안치영을 낼 때 생각나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강백호였다. 이강철 감독은 이날 강백호를 광주로 데려오지 않았다. 전날 수원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이 끝난 뒤 강백호를 수원에 남겨두고 광주로 내려왔었다. 전날 롯데전 7회 마지막 타석 때 자신이 친 타구에 오른발등을 맞아 통증이 있었고 23일 대표팀에 합류하는 터라 하루 쉬게 해준 것. 그리고 이날 상대 선발이 왼손인 토마스 파노니여서 우타자인 문상철을 쓸 생각을 하고 왔었다. 그런데 9회 마지막에 강백호가 필요한 순간이 있었다. 강백호가 대타로 나갔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희생번트를 대라고 낸 2명의 대타가 모두 실패한 것 자체도 보기 드문 일이고 모두 파울이 되며 다시 대타로 교체된 일도 드물었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