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5년 전 동료와 적이 돼 만났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막을 올렸다. 대한민국은 이번 대회에서 '남북대결'을 펼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5년 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여자농구 등 일부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호흡을 맞췄다. 이번엔 아니다. 한국은 이번 대회 39개 종목에 1140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북한은 18개 종목의 선수들을 항저우로 보냈다. 당초 191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예정이었다. 23일 현재 185명으로 줄었다. 북한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에 국제 종합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때는 코로나19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를 받았다.
한국은 '베일을 벗고' 모습을 드러낸 북한과 격돌한다. 첫 '남북대결'은 유도에서 나왔다. 남자 66㎏급 16강전에서 안바울(남양주시청)과 북한의 리금성이 격돌했다. 안바울이 연장(골든스코어) 접전 끝에 절반승을 거뒀다. 안바울은 심판 판정을 확인하고는 리금성에게 다가가 악수한 뒤 퇴장했다.
유도에선 남북대결이 또 기다리고 있다. 한희주(KH필룩스)가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리는 유도 여자 70㎏급 1라운드에서 문성희(북한)와 만난다. 첫 경기부터 '빅매치'다. 한희주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 63㎏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선 체급을 올려 새 도전에 나선다. 2002년생인 문성희의 실력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유도회 관계자는 "북한은 문성희를 메달권 후보로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남자 73㎏급에 나서는 강헌철(용인시청)은 북한 김철광이 1회전 상대 카림 압둘라에브(아랍에미리트)를 누르면 16강에서 대결한다. 김철광은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들과 남북 단일팀을 이룬 경험이 있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은 29일 북한과 조별리그 C조 2차전서 격돌한다. 여자농구는 자카르타-팔렘방 당시 단일팀을 이뤄 은메달을 합작했다. 로숙영 김혜연 등 5년 전 함께했던 선수들과 이제 승리를 사이에 두고 격돌한다.
5년 전 단일팀을 꾸렸던 드래곤보트도 이번엔 경쟁자로 만난다. 자카르타-팔렘방에선 여자 500m 금메달, 여자 200m 동메달, 남자 1000m 동메달을 합작했었다. 이번엔 10월 4일 남녀 200m, 5일 남녀 500m, 6일 남녀 1,000m에서 격돌한다. 5년 전 북한 선수들과 헤어지면서 펑펑 눈물을 쏟았던 여자 대표팀 변은정은 상대 선수로 북한을 만나게 됐다. 당시 함께 노를 저었던 북한 허수정 정예성이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에 나선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 대표팀은 8강에서 북한과 만날 수 있다. 여자축구 8강 대진을 보면 E조에서 경쟁하는 '벨호'는 조 1위 시 D조 2위 혹은 C조 1위와 붙는다. C조는 캄보디아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북한, 싱가포르 두 팀뿐이다. 북한이 무난히 C조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대회 8강 대진을 확정하는 절차가 복잡하다.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해서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양궁에서도 남북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이번 대회 리커브 부문에 남녀 3명씩 파견했다. 예선 라운드 순위에 따라 대결 가능성은 열려있다. 남북 레슬링은 10월 5일부터 대결한다. 북한은 남녀 선수 각각 4명씩 총 8명을 파견한다. 이 밖에도 사격, 여자배구, 역도 등에서 경쟁한다.
여자탁구는 한국이 D조 1위, 북한이 C조 1위를 확정하면서 결승까지 생존해야 대결을 펼치게 됐다. 여자탁구는 2018년 5월 할름스타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을 구성한 경험이 있다. 항저우(중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