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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만은 여유있게 했는데…" 팔 걷어붙인 레전드 유격수 계보잇기, 단기전 실책은 곧 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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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실책이 너무 많다."

류중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은 현역 시절 '명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뛰어난 수비력을 바탕으로 통산 1095경기에 출장해 두 차례(1987년, 1991년)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2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국군체육부대(상무 야구단)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류 감독은 2루 베이스 근처에서 수비 훈련 중인 두 명의 유격수를 불렀다.

박성한(25·SSG 랜더스)과 김주원(21·NC 다이노스). 모두 소속팀에서는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류 감독에게 "실책이 몇 개냐"고 묻었다. 박성한은 19개, 김주원은 29개의 실책을 했다. 류 감독은 "너무 많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류 감독은 "내 포지션이 거기(유격수)다. 그러다보니 안 좋은 게 다 보인다. 내 전문 분야라서 지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소집돼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류 감독은 어느새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류 감독은 "수비하는 걸 보니 던지기 전에 잡는 게 빠르더라. 다리에 힘을 못 모으니 정확한 송구가 안 된다"라며 "돌 다 올해 송구 실책이 많다더라"고 했다.

류 감독은 "(송구 실책이 많은) 이유가 뭐냐면 잘못 잡아서 그렇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장자리에서 잡아야 한 번에 던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박진만 감독(삼성)은 현역 시절 아주 여유 있게 안정적으로 공을 잡았다. 지금 선수들이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 좋은 땅에서 19개, 29개가 뭔가 싶다"고 지적했다.

류 감독은 자신의 '포구 노하우'도 밝혔다. 류 감독은 "선수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검지 손가락을 글러브 밖으로 낸다. 나는 밖으로 내는 걸 정말 싫어했다. 아프더라도 글러브 가죽 안으로 넣어야 한다. (검지손가락) 감각으로 잡아야 하는데 가죽 밖에 있으면 감각이 없다"고 했다. 류 감독은 이어 "선수들이 아픈 걸 너무 싫어한다. 나는 아파가면서 잡아갔다. 이 손끝으로 탁 잡아야 '아 잘 잡혔다' 싶으면 한 번에 던지게 된다"고 했다.

류 감독의 노하우에는 '부상 방지 효과'도 있었다. 류 감독은 "유격수나 2루수 등은 상대가 슬라이딩을 하면 태그를 해야되는데, 손가락을 지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전과 비교해 다소 아쉬움은 있었지만, 선수들에게 강제로 지시할 생각은 없었다. 류 감독은 "배울 때부터 습관이 그랬으니 하루아침에 바꾸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삼성 때 코치 생활을 할 때는 손가락 안에 넣으라고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빼도 잘하긴 한다"고 선수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류 감독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은 연습 경기에서 남다른 수비 집중력을 보여줬다. 특별한 실책은 없었고, 몸을 날리는 호수비가 이어졌다. 박성한은 4회 감각적인 포구로 아웃카운트를 올리기도 했다. 김주원도 병살 플레이 연계 등 매끄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김재박 류중일 이종범 류지현 박진만 오지환 김하성으로 이어져 온 한국야구 유격수 계보를 이재현과 함께 이어갈 두 선수. 레전드 유격수 출신 사령탑의 원 포인트 레슨은 대회를 떠나 귀한 유산의 전수다.

선수들도 실책 줄이기를 다짐했다. 김주원은 "직접 말씀해주신 만큼, 실책을 줄여야 한다. 감독님께 많은 걸 배우겠다"고 이야기했다.

대표팀은 28일 항저우에 들어갔다. 첫 경기는 10월1일 홍콩전이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