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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마'가 바꾼 흐름…'보물'이 만든 일본전 터닝포인트. 압박+햇빛+바람 3중고 이겨내야 승리한다 [항저우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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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노시환)."

한걸음 한걸음이 살얼음이다. 대회 초반 대만전 패배가 끝까지 발목을 붙드는 모양새다.

노시환의 말대로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6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중국전을 치른다. 이기면 결승전, 지면 3-4위전이다.

아시안게임이고, 이번 대회 야구 대표팀은 엔트리 24명 중 19명이 미필이다. 목표는 반드시 금메달, 시상대 가운뎃자리다.

압박감이 만만치 않다. 전날 한국은 사회인 야구 대표팀이 출전한 일본에 2대0으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역대 최약체로 불리는 일본 대표팀이다. 이시이 아키오 감독이 의도적으로 '스몰볼'을 지양하고 빅볼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대회 번트가 한번도 없다. 150㎞를 넘나드는 직구를 던지는 투수가 6명이나 있었다. 하지만 이시이 감독은 소위 '짜내기' 대신 마운드를 믿고 버티면서 타선이 터지길 기대했다. 아쉽게도 그의 뚝심은 보답받지 못했다. 일본은 아시안게임 역사상 첫 중국전 패배에 이어 한국에도 패하며 탈락이 확정됐다.

하지만 한국이 만약 선취점을 허용했다면, 경기 흐름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한국 선발 박세웅은 1회초 볼넷과 도루, 안타를 잇따라 허용하며 1사 1,3루의 결정적 위기를 맞이했다.

여기서 한국을 구한 건 '문보물' 문보경의 집중력 있는 호수비 하나였다. 일본 대표팀이 자랑하는 '거포' 사토 타츠히코의 타구는 박세웅의 구위에 밀리며 1루 쪽 파울 지역으로 빗맞아 떴다.

다만 이날 현장에는 바람, 그것도 방향이 일정치 않은 돌풍이 많이 불었다. 야수들은 연신 흔들리는 공을 따라가기 바빴다.

거기다 낮 12시에 열린 낮경기다. 야간에 익숙한 한국 선수들에겐 생활리듬도, 경기장 환경도 생소했다. 생소한 환경이다. 지난 태국전 때는 김성윤이 2차례나 낙구 지점을 놓치는 실수를 범한 바 있다.

샤오싱 야구장은 그물망이 야구장 천장까지 닿아있다. 야구 관람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 관중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매경기 5000석의 관중석을 꽉꽉 채우는 중국 관중들은 생경한 야구라는 종목에 푹 빠졌다. 중국을 비롯한 홍콩, 대만 등 중국계 팀들을 위한 '짜요' 응원은 강렬하지만, 한편 좋은 플레이에 박수도 아끼지 않는다.

이날 문보경의 플레이가 그랬다. 그물망에 바짝 붙은 타구, 하지만 문보경은 펜스를 의식하지 않고 공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물망에 스치듯 닿지 않고 떨어지는 타구를 점프, 정확하게 캐치해냈다. 몰아치는 바람과 햇빛, 상황이 주는 부담감에 꺾이지 않은 문보경의 마음이 만든 파인플레이였다.

대회 전부터 숱한 잡음에시달렸고, 대만전 패배한 뒤에도, 4회 도루 실패 후에도 좌절하지 않고 기어코 일본을 잡아내며 반등의 흐름을 만든 대표팀의 행보와도 닮았다.

조마조마 지켜보던 박세웅이 박수를 보낸 멋진 수비였다. 그리고 박세웅은 다음 타자를 삼진 처리하며 이날의 가장 큰 위기를 넘긴 뒤 그답지 않게 강렬한 세리머니와 함께 뜨겁게 포효했다. 말 그대로 경기의 흐름을 바꾼 순간이었다. 이후 한국은 6회말 노시환의 희생플라이, 8회말 노시환의 적시타로 2점을 뽑아(김혜성 2득점) 가까스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전날 대만이 중국을 꺾으면서 한국 결승 진출의 경우의 수는 간단해졌다. 중국을 이기면 진출, 지면 탈락(3-4위전)이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