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올해는 다를 거라 기대했다. 구단주까지 나서서 가을야구를 독려했다. 하지만 2023년 롯데 자이언츠의 도전은 올해도 좌절됐다.
롯데 자이언츠는 10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0대7로 패배, 포스트시즌 진출이 최종 좌절됐다.
꿈은 컸다. 시즌전 구단 수뇌부와 래리 서튼 전 감독은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롯데가 21세기 들어 한번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다.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은 1999년, 우승은 1992년이다. 2001년 입단한 이대호조차 이루지 못하고 떠난 목표다.
구단 내부에선 "목표를 높게 잡아야 가을야구라도 이뤄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로이스터 체제(로이스터-양승호 전 감독)' 당시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롯데는 이후 11년간 단 1번(2017년)만 성공했다.
지난 시즌 최종전에 펼쳐진 이대호의 은퇴식 현장에는 신동빈 구단주가 직접 찾아와 '영구결번'을 선물했다. 말보다 더 의미가 큰 행동이었다.
시즌 후 190억원의 유상증자 포함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롯데는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의 FA 영입에 총액 170억원을 투자했다. 2020년 안치홍 이후 3년간 거듭된 부진에도 서두르지 않고 인내한 끝에 이뤄진 FA 영입이었다. '안경에이스' 박세웅과도 5년 최대 90억원의 연장계약을 맺었다. 방출 선수 중에도 김상수 안권수 윤명준 신정락 등 알짜 베테랑들이 줄줄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 결과 4월을 14승8패, 단독 1위로 마쳤다. 5월 2일 KIA전까지 9연승을 내달렸다. 2008년 이후 무려 5358일(약 14년 8개월)만의 위업이었다.
6월까지만 해도 LG-SSG와 3강 구도를 이뤘다. 신동빈 구단주는 한차례 더 사직구장을 찾아 선수단을 독려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안되는 팀'의 전형적인 흐름이 시작됐다. 부상자가 속출했고, 6월에는 코치진 내홍으로 1-2군 코치진 개편이 이뤄졌다. 거듭된 투타 불균형 속 급격하게 주저앉았고, 전반기를 마감했을 때 성적은 38승39패로 5위였다. 5할 승률조차 지키지 못했다.
올스타 휴식기에 외국인 선수 교체가 이뤄졌다. 새 외인 윌커슨은 에이스 역할을 해냈지만, 구드럼은 대실패였다. 시즌 말미 급기야 서튼 전 감독과도 결별이 이뤄졌다. 가을야구를 향해 마지막 박차를 가했던 이종운 감독 대행 체제에서도 부상자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결국 트래직넘버를 다 채우고 말았다.
나균안 윤동희 김민석 등 젊은피가 투타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았고, 박세웅과 나균안, 윤동희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팀의 미래를 밝힌 게 그나마 위안이다. 재활중인 이민석을 비롯해 최준용 진승현 김진욱 손성빈 등 그간 모은 유망주들의 잠재력도 크다. 고승민과 한동희의 내년 시즌 부활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프로세스'라는 유행어를 남긴 성민규 단장 체제의 4년간 성적표는 7-8-8-7위가 됐다. 최근 6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시간이 가장 오래된 팀이 바로 롯데다. 7월 28일 광주 KIA전 이후 단 한번도 5위권으로 올라서지 못했다. '비밀번호 8888577'의 암흑기와도 크게 다를 것 없는 신세가 됐다.
대규모 투자의 후폭풍은 구단 안팎으로 커지고 있는 책임론이다. 새 감독 선임이 관건이다. 야구 해설위원, 타 팀의 전 감독, 롯데 출신 지도자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