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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이대호까지' 도와줄 사람은 많다. '타율 0.218' 한동희는 부활할 수 있을까 [SC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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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한동희는 너무 착해서 탈이다. 좀 독해질 필요가 있다."

생각도 못한 부진이었다. 커리어 최전성기를 향해 내달리던 중이었기에 그 추락이 한층 충격적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 이야기다. 올해 성적은 타율 2할1푼8리 5홈런 3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571에 불과하다. 앞서 최근 3년간 48홈런, 평균 OPS 0.8을 넘는 호성적을 거뒀기에 더욱 이해하기 힘든 좌절이다.

훈련을 게을리한 것도, 동기부여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올해초 스프링캠프에 앞서 미리 괌으로 출국, 선배 정훈과 함께 일찌감치 훈련을 시작했다. 올해 팀내 단 2명 뿐인 인센티브 계약의 주인공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열리는 해였다.

오히려 그 간절함에 발목을 잡힌 걸까. 생애 최악의 시즌에 직면했다. 2년차였던 2019년보다 조금 낫지만 별반 다르지 않다.

시즌 막판까지 5강 싸움을 펼쳤던 롯데는 또 가을야구에 실패, 6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구단이 FA 3명을 영입하며 의욕적인 투자를 한 시즌이다. "한동희가 작년만큼만 쳤어도 가을야구 갔다"는 팀내 관계자의 탄식이 한층 아프게 느껴진다. 경남고 1년 후배이자 동포지션 경쟁자인 한화 노시환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맞이하며 홈런-타점 1위에 MVP 후보까지 거론되는 시즌이라 더욱 마음이 답답하다.

시즌초에는 타격폼 변경이 문제였다. 사직은 펜스 높이 6m로 리그내 가장 높은 담장을 지닌 구장이다. 반면 한동희는 팀동료 고승민과 더불어 리그 최고의 타구 스피드를 가졌지만, 발사각이 낮은 게 약점으로 지적됐었다.

바꿨던 타격폼은 개막 한달 만에 원상복귀했지만, 두 선수 모두 시즌 내내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고승민의 자리(우익수)는 신예 윤동희가 메웠지만, 한동희가 흔들린 3루는 대체자가 없었다. 이학주-박승욱 등의 돌려막기 끝에 새 외인 구드럼까지 영입했고, 이마저 실패하면서 시즌 내내 공수에서 팀의 약점이 됐다.

한동희 부진의 원인은 심리적인 부분에서 찾는다. 너무 선량한 성격이라 스스로를 탓하고, 실수가 계속 머리에 남는다는 것. 그러다보니 공수 부진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침몰했다는 분석이다.

도와주겠다는 사람은 많다.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와 대선배 이대호가 대표적이다.

이대호는 경남고-롯데 직속 선배이자 지난해까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한동희를 지켜봤다. "(노)시환이랑 동희는 겨울마다 내 얼굴을 보게 될 것"이라며 각별히 신경쓸 후배로 언급하는가 하면, 은퇴식에서는 "삼촌은 떠나지만, 롯데 팬들의 영웅이 되어줘"라며 자신이 짊어져온 책임감을 후계자에게 인계했던 그다.

막상 그 '포스트 이대호'가 올해 무너져내린 이상 미안한 마음이 크다. 이대호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한)동희는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다. 경기에 들어갔다 빠졌다 하면서 자신감이 더 떨어진 것 같다.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기를 살려줘야하는 선수"라고 했다. '선배님, 너무 힘듭니다'라는 한동희의 호소에 가슴아팠던 기억도 떠올렸다. 그는 "앞으로 (롯데의)4번타자를 맡아줘야한다. 동희만한 재능과 기량을 가진 타자는 롯데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대호는 "겨울에 시간이 있다. 시즌이 끝나면 동희는 내가 바꿔놓겠다. 키워주겠다. 멘털적인 부분을 잡아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호 외에 미국에서 타격교실을 운영중인 강정호 역시 한동희에 대해 비중있게 언급한 바 있다. 이제 한동희와 같은 팀은 아니지만, 한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손아섭을 올해 부활시킨 주인공이다. 손아섭은 '강정호 효과'를 인정하는 한편 후배 김주원과 함께 올겨울 다시 찾아갈 뜻을 밝히기도 했다.

강정호는 한동희의 부진 이유로 타격폼을 꼽았다. 그는 "임팩트 순간 중심은 너무 뒤에 있고, 상체는 전진되지 않고 서있다. 그러다보니 오른쪽 허리 쪽에 공간이 너무 없다. 몸통 회전은 빠른데 중심은 뒤에 있으니 엉덩이가 빨리 열리고, 몸이 왼쪽으로 쏠린다. 그러다보니 당겨치는 비율이 너무 높아졌다"고 지적하는 한편 "시즌 끝나고 내게 찾아왔으면 좋겠다. 연결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내년엔 달라질 수 있을까. 8888577의 '비밀번호 시대'를 능가하는 암흑기를 겪지 않으려면 한동희의 부활이 꼭 필요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