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허훈의 스타성이 반짝이는 순간, 승부의 흐름이 수원 KT 쪽으로 넘어갔다.
사직체육관의 '옛 주인' KT가 '현 주인' 부산 KCC를 꺾었다. KT는 30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홈팀 KCC를 상대로 -대-로 승리했다. KT는 전신인 KTF시절을 포함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사직체육관을 홈으로 썼다. 그러나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수원으로 이사했다. 이후 비어있던 사직체육관을 이번 시즌부터 KCC가 홈으로 쓰고 있다.
'옛 주인'과 '현 주인'의 맞대결. 여전히 KT를 그리워하는 부산 팬들도 많아 이날 경기장에는 3000여 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이런 인연 못지 않게 연승에 대한 양팀의 열망이 큰 경기였다. 시즌 초반 부진에 빠져 있던 KCC는 지난 울산 현대모비스전 승리의 기운을 이어 첫 연승에 도전했다. 반면 KT는 4연승을 노리고 있었다.
때문에 경기 초반 흐름을 팽팽했다. 홈팀 KCC 전창진 감독은 KT 가드진의 돌파와 외국인 선수 패리스 배스의 골밑 공략을 경계해 초반부터 존 디펜스를 가동했다. KT는 부상으로 못 나오는 하윤기 대신 이두원을 넣고, 장성우와 최창진, 그리고 허훈을 동원해 빠른 농구를 펼쳤다. 전반은 43-42로 KT가 약간 앞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3쿼터에 경기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허훈이 본격적으로 스타성을 발휘한 순간이다. 허훈은 3쿼터 시작하자마자 3점포를 꽂아 넣었다. 이어 연속 2개의 2점슛으로 혼자 7득점하며 50-44로 점수차를 벌려 나갔다. 허훈이 정확한 외곽포와 빠른 스피드로 KCC의 존 디펜스를 무너트리면서 흐름은 완전히 KT쪽으로 넘어갔다. 이어 허훈은 61-52로 앞서던 3쿼터 6분40초에 3점슛을 또 성공하며 두 자릿수 점수차를 만들었다. 3쿼터에만 3점슛 2개를 포함해 14점(2어시스트)을 쏟아 부으며 KCC의 허를 깊숙하게 찔렀다.
결국 KCC는 3쿼터 중반에 14점차까지 뒤지며 기세 싸움에서 밀렸다. 알리제 드숀 존슨과 허웅이 각각 6점씩 기록하며 분전했으나 한번 넘어간 흐름을 되찾기 힘들었다. 턴오버도 계속 이어졌다. KCC는 4쿼터 초반 존슨의 2점슛과 3점슛으로 64-72, 한 자리수 차이를 만들었지만 배스에게 3점슛 2방을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날 배스는 33득점-18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3쿼터에 승기를 만든 허훈도 19득점(3점슛 3개)-6어시스트로 이름 값을 톡톡히 해냈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