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베트남)=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김기동 감독의 업적에 대한 부담은 없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56)은 단호했다. 그는 이번 겨울 포항의 새 지휘봉을 잡았다. 현역 선수 시절 포항 원클럽맨이었던 박 감독은 포항 코치, 대표팀 코치, FC서울 코치, 옌벤FC 감독, 중국 여자대표팀 감독 등을 거쳐 마침내 '친정팀' 포항의 사령탑이 됐다. 박 감독은 "원클럽맨, 어떻게 살다보니 그렇게 됐다. 그 팀에 오래 있었다고, 은퇴했다고 해서 감독을 보장하지 않는다. 선택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고,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5년만의 현장 복귀다. 박 감독은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옛날 기억이 빨리 되살아나더라"며 웃었다. 박 감독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으로 일하며, 감각을 유지했다. 그는 "한걸음 떨어져 있었지만 훈련, 경기를 지켜보면서 '내가 감독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을 자연스럽게 많이 했다. 여러 지도자에게 영감을 받으며 공부했다"고 했다.
박 감독은 당장 '부담'과 싸워야 한다. 박 감독의 전임 김기동 감독은 포항에서 많은 성과를 냈다. 2023시즌에도 FA컵 우승과 리그 2위를 달성했다. 후임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부담은 없다. 김기동 감독의 업적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어제 내린 눈'이다. 역사가 됐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레전드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 결과를 만드는 건 내 몫"이라고 했다.
당장 고민이 한가득이다. 포항은 올 겨울 주축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수비진은 아예 싹 바뀌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나가든 안나가든, 갖고 있는 선수로 하는게 내 역할이다. 평가는 달라지지 않는다. 갖고 있는 선수로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스케줄도 걱정이다. 포항은 당장 2월 전북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치러야 한다. 때문에 큰 변화를 주기 어렵지만, 그래도 조금씩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고 있다. 박 감독은 "안정 속의 변화라고 생각했는데 훈련을 진행하다 보니 나름 색깔 내고 싶더라. 많은 변화는 아니고, 보다 공격적인 색깔을 입히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걱정도 많지만, 포항만의 특별한 분위기는 그의 '믿을구석'이다. 박 감독은 "행복하다. 선수들 사이가 화기애애하다. 운동을 진행하다보니까 그런 모습이 녹아나더라, 사실 다른 팀을 봐도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게 쉽지 않다. 더 잘 지도하고 싶은 열정이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소통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박 감독은 "선수들 의식이 많이 달라졌다. 선수들과 더욱 교감하는게 중요하다. 소통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베테랑 답게 자신의 생각을 소신있게 말하던 박 감독은 '성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말을 아꼈다. 그는 "팬들이 생각하는 기준과 내가 생각하는 기준이 다를 것이다. 김기동 감독의 업적이 너무 크다보니, 부담은 아니지만 객관적으로 이야기 하기 어렵다"고 전제한 뒤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다. 몇위라고 기준을 정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할 수 있다는 이야기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감은 있었다. 그는 "느낌은 괜찮다. '될까' 하시겠지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쉽지는 않겠지만, 되게 하겠다"고 했다.
하노이(베트남)=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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