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방졸 문화요? 브라질에선 그런 거 없어요. 그런데 여기(한국)에선 있어요. 하하."(라마스)
부산 아이파크의 분위기를 책임지는 브라질 트리오의 첫째 로페즈(34)와 둘째 라마스(30)가 태국 후아힌 전지훈련지에서 막내 페신(25)을 괴롭힌다는 '첩보'를 접했다. 직접 세 선수를 한 공간에 앉혀두고 '대질신문'을 진행했다. 올해 수원FC를 떠나 부산에 둥지를 튼 로페즈는 "페신이 귀엽기도 하고 어린 동생같아서 애정이 간다. 조금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런 것"이라고 말하며 옆에 앉은 페신의 무릎을 어루만졌다. 페신의 입장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이때다 싶어 "(로페즈가)과일이 먹고 싶다면서 '과일 셔틀'을 시킨다. 라마스 형도 '물 가져와라, 저것 좀 가져와라' 시킨다. 나는 여기서 잘 못 지내고 있다. 작년까지는 라마스 형이 제일 꼰대였는데, 지금은 로페즈 형이 최고의 꼰대다"라고 기자에게 일러바쳤다. 방졸 문화가 있다고 인정했던 라마스는 "항상 페신이 나를 먼저 괴롭혀서 내가 반격을 하는건데, 그 반격하는 타이밍이 안 좋아서 그런 프레임이 씌워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페신은 "틈만 나면 공격이 들어온다"고 한시도 방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페즈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던 세 선수가 한 공간에 모인 건 대단한 우연 아닌가'란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다가 대뜸 "페신은 시골 출신이다. 그곳에는 차가 없고, 사람들이 당나귀를 타고 다닌다"고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한두 번 놀려본 솜씨가 아니다. 페신은 익숙하다는 듯 "거짓말"이라며 콧방귀를 뀐다. 로페즈는 또 휴대전화를 열어 페신과 닮은꼴인 브라질 유명 코미디언의 사진을 보여줬다. 얼핏 봐도 페신과 닮은 외모였지만, 페신은 극구 부인했다. 로페즈는 두오보란 이름의 해당 코미디언에게 직접 연락을 했더니, '내 동생 아니냐'고 유쾌하게 받아쳤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꼰대' '돌아이' '방졸'과 같은 단어가 난무하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세 선수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있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던 페신은 "사실은 내가 깝죽거려서 형들 성질 건드리는 경우가 많다"고 웃으며 본모습을 드러냈다. 박진섭 부산 감독은 "세 선수끼리 워낙 잘 지낸다"고 말했다. 능글맞게 코칭스태프와 '협상'을 벌이는 로페즈 덕에 페신은 오로지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다. 페신은 이번 동계훈련에서 가장 몸놀림이 가벼운 선수로 꼽힌다.
태어난 곳, 살아온 과정은 다르지만, 이들은 2024년 부산에서 1부 승격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합친다. 꼭 1년 전인 2023년 1월 부산에 입단한 페신은 "로페즈가 우리 팀에 오기 전에 부산을 상대로 골을 넣어서 우리가 승격하지 못했다. 솔직히 원망스러웠지만, 올해부턴 팀원인만큼 다함께 힘을 합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로페즈 영입 효과'를 기대했다. 한국 선수들 사이에서도 '로페즈형'으로 불리는 로페즈는 "브라질과 비슷한 부산이란 도시를 좋아한다"며 "우리 팀의 젊은 선수들에게 많이 가르쳐주고 싶고, 그 친구들과 함께 1부로 올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를 거쳐 2022년 7월부터 부산에서 활약 중인 라마스는 "부산에서 행복하다. 부산이 작년에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2024년을 한 단어로 요약해달라는 질문에 "믿음"(로페즈), "기쁨"(라마스), "대담함"(페신)이라고 답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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