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세계 최고의 재능을 갖고, 이렇게 열심히 사는 남자에게,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났을까"
'11년 친우'에게 배신당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SNS. 한 장의 사진에 달린 일본 야구팬의 탄식이다.
오타니는 26일(한국시각) 비대면 성명문을 발표하고 불법도박에 연루된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와의 선을 그었다. 다만 기자들의 추가 질문은 받지 않았다.
오타니는 "충격 이상,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1주일이었다. 참고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믿고 있던 사람의 잘못에 슬프고 충격적이라고 느낀다"면서 "도박을 하거나 누군가를 대신해 베팅을 하거나, 그것을 대신해달라고 부탁한 적 없다. 송금한 것도 전혀 없다. 며칠전까지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처음 알았다. 그(미즈하라)는 내 계좌에서 돈을 훔치고, 모두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빚 상환에 동의한 적도, 송금을 부탁하거나 허락한 적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즈하라의 ESPN 인터뷰에 대해서도 모두 '거짓'이라고 단언했다. 2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전 직후 라커룸에서 미즈하라가 고백할 때도 어렴풋이 이해만 할뿐 위화감을 느꼈고, 자세한 전말을 호텔에서 들은 뒤엔 에이전트와 구단 관계자, 변호사들과 상의하는 등 대책을 강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앞으로는 변호사와 경찰 당국에 맡기고 시즌에 집중하겠다는 속내도 전했다.
하지만 정황상 오타니의 협조, 최소한 방조 혐의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보다 극단적인 시선의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강철 같던 오타니의 멘털도 흔들린 걸까. 오타니는 이날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지만, 2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부진했다. 서울시리즈 이후 4타수 무안타다.
이에 앞서 오타니는 자신의 SNS에서 미즈하라를 언팔하는 한편, 곳곳에 남은 미즈하라의 사진들을 모두 지웠다. 2013년 처음 알게된 이래 10년 넘게 가족 이상의 가까운 관계로 지내온 친구에게 배신당한 충격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미즈하라가 포착된 단 한장의 사진만은 지우지 못했다. 바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하는 일본 대표팀의 회식에서 찍은 단체 사진이다.
오타니는 통역이 필요없는 이 자리에도 미즈하라를 동반했다. 사진 중앙에 자리잡은 오타니, 다르빗슈 등 핵심 선수들과 더불어 우상단에 찍힌 미즈하라의 모습이 보인다.
해당 사진에 오타니의 팬들은 '너무 충격이다. 오타니는 어떤 마음일지 눈물이 난다', '인간 오타니의 판단을 믿는다', '야구가 인생인 오타니와 그 친구 미즈하라의 형제 같은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여러가지로 힘들겠지만, 남은 동료들을 믿고 힘내주길 바란다' 등의 격려를 쏟아내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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