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같은 양 씨네요."
김기동 FC서울 감독은 31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4라운드 사전 인터뷰에서 상대팀 신흥 에이스로 떠오른 '2006년생 공격수' 양민혁에 대해 말하던 도중 양민혁이 '전 에이스' 양현준(셀틱)과 같은 성 씨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웃었다. 김 감독은 "지난번에 윤정환 강원 감독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양민혁이 (22세 자원으로)기회를 받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고, 팀에 항상 도움이 된다고 얘기했다. 영상으로 보니까 어리지만 저돌적이고 스피드가 있더라. 양현준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양민혁을 국가대표팀에서 뛰는 양현준과 비교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조한 윤 감독은 "볼 키핑 능력, 움직임이 굉장히 좋다"며 부족한 힘만 영리하게 극복한다면 더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춘천 홈경기 역대 최다 관중인 1만144명이 고대한 서울 공격수 제시 린가드가 무릎 부상 여파로 결장한 경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막내' 양민혁이었다. 제주와의 개막전에서 이상헌의 골을 돕고, 2라운드 광주 원정에서 프로 데뷔골을 터뜨린 양민혁은 지난 3경기에서 선보인 활약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듯, 서울의 우측면을 휘저었다. 지난 3라운드 제주전에서 화끈한 오버래핑 능력을 선보인 서울 라이트백 최준은 양민혁의 기에 눌려 공격 가담을 하지 못했다. 전반 12분 야고의 패스를 건네받아 첫 번째 슛을 쏜 양민혁은 28분에도 날카로운 문전 침투에 이은 슛으로 골문을 위협했다. 두 번의 슈팅 모두 서울 골키퍼 최철원의 정면으로 향했다. 0-0으로 맞이한 후반 15분에는 상대 진영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서울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의 공을 빼앗아 기습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슛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최철원에게 막혔다.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3개의 슛, 1개의 키패스, 92%의 패스 성공률, 3번의 인터셉트 등을 기록한 양민혁은 후반 26분 카미야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윤 감독은 "고등학생이 그 시간까지 뛴다는 게 쉽지 않다.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 센스가 있고 전술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결정력은 차츰 좋아질 것이다. 다른 방향으로 안 빠지게 이끌어가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은 공교롭게 양민혁이 물러난 직후 선제 실점했다. 후반 26분 서울 공격수 조영욱이 우측에서 문전으로 내준 크로스를 윌리안이 헤딩으로 밀어넣었다. 윌리안은 자신의 시즌 첫 번째 출전 경기에서 첫 슈팅으로 골을 빚어냈다. 하지만 이날 윤정환식 빌드업 축구로 서울을 궁지에 몰아넣은 강원은 40분 이상헌이 문전 앞에서 흘러나온 공을 밀어넣으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41분 수비수 이지솔이 누적경고로 퇴장을 당해 수적 열세에 놓였지만, 추가시간 5분 서울 수비수 술라카가 역습 저지 과정에서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경기는 그대로 1-1 무승부로 끝났다. 이날 슈팅수 15대5로 상대를 압도하고도 시즌 첫 승(3무 1패)을 따내지 못한 윤 감독은 "서울을 상대로 이런 경기력을 가져갔다는 건 큰 변화"라고 반색하면서도 "결정력 부분은 훈련을 통해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서울 지휘봉을 잡아 개막 첫 달을 1승2무1패(승점 5)로 마친 김 감독은 "우리가 자폭할 수 있는 경기였다. 원정에서 승점 1점을 따낸 것도 다행"이라며 경기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춘천=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