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정말요? 몰랐어요."
5일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필리핀전 3대0 승리 직후 만난 '지메시' 지소연(시애틀레인)이 취재진의 전언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1-0으로 앞선 후반 31분 캡틴 지소연의 프리킥골이 작렬했다. 니어포스트로 바짝 붙여 쏘아올린 볼이 골대를 맞고 골망으로 쏙 빨려들었다. 골을 예감했다는 듯 제자리에 서서 팔을 벌린 채 골대를 응시하는 지소연에게 동료들이 달려와 기쁨을 나눴다.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자존심' 지소연이 A매치 158경기 71골, 위대한 기록을 또 경신했다. 경기 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 골이 지소연의 A매치 통산 7번째 프리킥골이며 손흥민의 최다 프리킥골 6개 기록을 뛰어넘는 최다 기록이라고 전언했다. 이날 여자축구대표팀은 최유리, 지소연, 장슬기의 연속골에 힘입어 3대0으로 완승했다.
경기 후 지소연은 "프리킥은 항상 자신 있게 차는 편이다. 기회가 좋았고 분위기도 좀더 가져올 겸 집중해서 찼더니 잘 들어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노리고 찬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럼요"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손흥민의 기록을 넘는 새 기록이라는 말에 "몰랐어요. 제가 그렇게 많이 넣었는지"라고 했다. 지소연도 손흥민 존처럼 수없는 연습을 통해 단련된 골대 대각선 방향 지소연존이 있다. 이날 지소연의 프리킥은 평소 궤적과 전혀 달랐다. "그 코스에서 넣은 건 처음인 것같다. 박스 ?P처에선 많이 해봤는데 사이드 쪽에서 포스트쪽으로 넣은 건 처음이다. 제가 직접 골을 노리기보다 선수들에게 좀 맞춰주려고 했는데 그때는 제가 좀 욕심을 부렸다"더니 "앞으로 그렇게 차는 게 더 나을 것같다"며 미소 지었다. .
그러나 지소연은 이날 필리핀을 상대로 후반 중반에야 첫 골을 터뜨린 경기력에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좀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필리핀과 하는데, 너무 정신없고 뭐하는지도 모르겠고 뛰면서 너무 화가 났다. 아직 우리만 제자리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라며 경기력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표했다. "어린선수들이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며 후배들의 성장을 열망했다.
'축구도사' 지소연은 미국 진출 이후 축구가 더 늘었다. 축구를 보는 눈이 더 밝아지고 넓어지면서 대한민국 여자축구에 대한 아쉬움도 더 커졌다. "미국 어린 선수들이 너무 잘한다. 대표 아닌 선수들도 너무 잘한다. 좋은 선수가 너무 많다. 이런 경기 하면서 우리 어린 선수들이 웃는 것도 기분이 좋지 않고 속상하다. 이런 경기를 하고 웃으면 안된다. 정신을 좀 차렸으면 좋겠고, 가야할 길이 멀다는 걸 알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의 분투를 촉구하고 열망했다. "콜린 벨 감독님이 오신 이후 여자축구도 A매치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경기력이 계속 이러면 안된다. 2026년까지 큰 대회가 없다. 다음 월드컵까지 어린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해줘야 한다. WK리그도 더 강해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후배들에게 정말 많은 말을 한다. 왜냐하면 나도 이제 있을 시간이 많지 않다. 그렇게 때문에 더 강하게 하는데, 대학생, 고등학생 여기 오는 어린 선수들이 더 치열하게 도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006년부터 국가대표를 했으니 2년만 있으면 저도 이제 국가대표 20년이다. '고인물'이다. 나도 안다. 빨리 나와야 한단 걸 안다. 그래도 어린 선수들이 더 많이 나오고 내가 이만 하면 됐다 하고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치고 나와줘야 마음 편히 나갈 텐데…"라며 오직 여자축구 걱정뿐인 '리빙 레전드'의 깊은 속내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날 필리핀전에서 은퇴한 선배 전가을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가을언니가 은퇴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같이 해왔는데 언니의 제2의 인생도 응원한다. 계속 활동도 많이 하고 시애틀에도 놀러오고 축구적으로도 함께 보고 배우면 좋을 것같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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