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프로야구에서 20홈런 20도루는 호타준족의 상징이다. 프로축구에서는 10골 10도움이 축구도사를 뜻한다. 득점력은 물론 넓은 시야와 패스 기술, 기회 창출 능력까지 두루 겸비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토트넘 캡틴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벌써 세 번째 '텐텐클럽(10골 10도움)' 가입을 눈앞에 뒀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10골 10도움을 3회 이상 달성한 선수는 5명 밖에 없다. 손흥민은 도움을 1개만 추가하면 프리미어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손흥민은 지난 8일(한국시각) 런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2라운드 노팅엄 포레스트와 경기에 어시스트를 하나 기록하며 3대1 승리에 앞장섰다. 손흥민은 시즌 15골 9도움을 쌓았다. 토트넘이 7경기를 남겨 손흥민의 10도움은 꿈이 아니다. 손흥민은 2019~2020시즌 11골 10도움, 2020~2021시즌 17골 10도움을 기록했다.
1992년 출범한 프리미어리그 32년 역사상 텐텐클럽 가입자는 총 43명이다. 여기서 2회 이상 달성한 선수는 현재까지 손흥민을 포함해 14명 뿐이다. 3회 이상은 5명 밖에 없다. 웨인 루니(맨유·5회), 에릭 칸토나(맨유) 프랭크 램파드(첼시)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이상 4회), 디디에 드록바(첼시·3회)가 그 주인공이다. 모두 각 클럽은 물론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다.
물론 손흥민도 잔여 시즌에 도움을 하나 추가해야 한다. 3회의 문턱에서 좌절한 선수들도 많다. 아스널의 전설 데니스 베르캄프와 티에리 앙리도 2회에 머물렀다. 맨체스터 시티 전성기의 주역 라힘 스털링도 2회에서 멈췄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인연을 맺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도 토트넘 소속으로 1994~1995시즌 20골 11도움 프리미어리그를 폭격했다. 클린스만은 1997~1998시즌에도 15골 9도움을 기록했다. 클린스만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두 시즌 밖에 뛰지 않았기 때문에 텐텐클럽이 1회에 불과했다. 만능 공격수로 불린 손흥민의 전 동료이자 토트넘 간판스타였던 해리 케인도 10골 10도움은 1회(2020~2021시즌 23골 14도움)다.
영국 스포츠전문지 '디애슬레틱'은 손흥민이 비록 우승 트로피가 없더라도 프리미어리그 레전드로 평가 받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디애슬레틱은 '손흥민은 타이틀을 획득한 팀의 일원이 아니었다. 손흥민이 과연 레전드인가라는 물음에 제외되곤 한다. 그러나 데이터를 볼 때 재검토가 필요하다'라며 진단했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지난 9년 동안 손흥민보다 공격포인트(득점+도움)가 높은 선수는 케인과 살라 단 2명이다. 현존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불리는 케빈 데브라위너(맨시티) 조차 손흥민보다 아래다. 손흥민은 118골 61도움, 데브라위너는 67골 110도움이다.
디애슬레틱은 '어쩌면 손흥민이 은퇴할 때까지 대중들은 그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마침내 은퇴했을 때 그의 프리미어리그 업적은 최고수준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손흥민의 기량은 둔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앞으로 더욱 많은 커리어를 쌓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