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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도쿄 아지노모토스타디움에서 열린 로드 레이스 도쿄 타마(TAMA), 조씨는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3관왕' 김정빈과 함께 텐덤사이클에 올랐다. 텐덤사이클은 비장애 '파일럿'이 시각장애 선수의 눈이 되어, 한몸처럼 달리는 '어울림' 종목. 막내동생뻘인 김정빈과는 국가대표 합숙을 함께하며 깊은 신의를 쌓아왔다. 연말 도쿄패럴림픽조직위원회가 레거시 사업으로 마련한 대회 초청을 받고 함께 달릴 기대에 부풀었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사고가 닥쳤다. 시속 55㎞로 첫 바퀴를 도는 코너에서 뒷바퀴 펑크가 나며 자전거가 전복됐다. 조씨의 상태가 심각했다. 경추골절, 쇄골골절, 요추골절로 인한 상·하반신 마비. 일본 사이타마 종합의료센터로 후송돼 응급수술을 받았다. 충격적인 사실은 국가대표 김정빈도, 조씨도 보험가입이 돼 있지 않았다는 것. 대한장애인사이클연맹은 조직위가 참가비용을 전액부담하는 친선대회 출전을 승인했지만 보험가입 등 후속조치는 챙기지 않았다. 사고 이후 조씨 곁을 지킨 이도 아내뿐이었다. 병원비가 4000만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 조씨는 사고 닷새만인 12월 8일 몸도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 휠체어를 타고 비행기에 몸을 구겨넣다시피 한 채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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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장애인체육회는 스포츠안전재단과 조씨의 '국가대표 상해보험' 적용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조씨는 지난해 3월부터 이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했고, 세계선수권에도 출전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속한 국가대표와 파트너 선수들은 '국가대표 보험지원금' 예산으로 매년 1년 단위의 국가대표 상해보험에 일괄 가입하기 때문에 보험가입은 돼 있으나 파일럿이 3차례나 바뀌는 과정에서 연맹의 단순실수로 이름이 누락됐다는 점을 적극 소명했다. 스포츠안전재단과 보험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상해 보상금, 치료비에 대해 보험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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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비는 보험, 후원을 통해 해결됐지만 두 딸을 둔 '가장' 조씨에게 생계와 미래에 대한 막막함은 여전하다. 실업팀 소속 직업선수가 아닌 '파트너' 선수의 산업재해 처리는 어렵다는 게 중론. 체육인복지법 7조가 '국가는 국가대표 선수ㆍ지도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제경기대회의 경기, 훈련 또는 이를 위한 지도 중에 사망 또는 중증 장애를 입게 된 경우에 그 선수 또는 지도자를 대한민국체육유공자로 지정해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보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장애인 국가대표의 '경기파트너'에 대한 규정은 없다. 국민체육진흥법이 정의하는 국가대표는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또는 경기단체가 국제경기대회(친선경기대회는 제외)에 우리나라 대표로 파견하기 위해 선발·확정한 사람'으로 경기파트너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텐덤사이클의 파일럿, 시각장애 육상의 가이드러너, 조정의 콕스, 5인제 시각축구 골키퍼, 시각스키의 가이드러너 등 장애인선수와 함께 달리는 '원팀' 비장애인 파트너 선수의 위상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어울림 스포츠를 지향하는 대한장애인체육회는 22대 국회 개원 후 '파트너 선수 처우개선을 위한 국가대표 관련 지침 개정 및 기준 변경'을 목표로 법 개정 가능성을 타진하고 준비할 계획이다. 조씨는 "경기파트너의 국가대표로서의 위상이 확보되면 더 뛰어난 비장애인 선수들이 장애인체육으로 많이 유입될 것이고, 경기력도, 장애인체육도 훨씬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이클인으로 기꺼이 후배, 동료들의 길을 자청하며 평생을 달려온 조씨는 인생의 큰 바람 앞에 강건했다. 시련에 굴하지 않고 페달을 계속 밟을 뜻을 분명히 했다. "저는 정빈이와 함께 꼭 다시 사이클을 탈 겁니다. 일본에서 돌아오던 날, 공항서 펑펑 우는 정빈이와 약속했어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재활하고 있어요. 만약 몸 상태가 안돌아오면 장애인사이클에 도전할 겁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