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이어지며 우려됐던 취약 차주 연체율 상승 우려가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 최근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 등 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일반은행(금융지주서 카드 사업을 분사한 시중은행을 제외하고 카드업을 겸영하는 나머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3.4%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11월(3.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루 이상 원금 연체를 기준으로 한 일반은행의 카드 연체율은 지난해 2월 말 2.5%에서 1년 만에 1%포인트(p) 가까이 상승했다.
신용점수가 낮은 취약 차주들이 1·2금융권 대출에 실패하고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단기 카드 대출을 이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미 대출을 최대한 당겨쓴 다중 채무자들이 마지막으로 소액 급전이라도 쓰려고 카드 대출을 받았다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금융권은 지난해부터 대출 심사를 강화,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고 신용점수가 높은 차주들 위주로 신용대출을 내주는 경향을 보였다. 이같은 건전성 관리의 영향으로, 금융감독원이 15일 발표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3월 말 연체율은 2월(0.51%) 대비 0.08%포인트(p) 하락한 0.43%로 집계됐다.
고금리 장기화에 자산 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도 신규 대출 영업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로 저축은행업권의 자산건전성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일부 지방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8%대까지 치솟았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예금보험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광주·전남·전북지역 저축은행 연체율은 8.1%로 전년(4.3%) 대비 3.8%p 높아졌다. 이에 따라 대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지난 3월 말 101조3777억원으로, 1년 전(113억1739억원)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1금융권은 물론 2금융권에서도 대출받기 어려워진 취약 차주들이 단기 카드 대출로 몰리는 '쏠림현상'이 확대된 셈이다.
3월 말 은행 신용카드 연체율은 분기 말 부실채권 매·상각 등의 영향으로 전월 대비 소폭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다시 상승할 여지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연체율이 3% 후반대로 올라서면 2003~2005년 카드 사태 당시 2005년 8월의 3.8% 이후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연체 우려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 활성화를 유도하고 은행권의 적극적인 연체채권 정리로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12일부터 진행 중인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신속 신용회복 지원 조치'가 이달 말 마감된다. 2000만원 이하 연체액을 전액 상환하면 연체 기록을 삭제해주는 이른바 '신용사면'으로, 21일 기준 잔여 대상자는 개인 32만5000명, 개인사업자 1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9월 1일부터 지난 1월 31일까지 2000만원 이하 소액 연체가 발생했지만, 오는 31일까지 연체 금액을 전액 상환한 경우가 대상이다. 연체액을 전액 상환하면 별도 신청 없이 신용평점 상승, 신용카드 발급 등 신용회복 혜택 등 즉시 신용회복 지원이 이뤄진다.
지난달 말 신용회복 지원 대상인 개인 약 298만4000명 중 265만9000명, 개입사업자 약 31만명 중 19만9000명이 전액 상환을 완료해 신용사면을 받았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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