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혹시 내일도 학교 가세요?" "네."
기자회견장에서 폭소가 터졌다. 고등학생 신분인 강원FC 양민혁(18)은 축구와 학업을 병행한다. 이미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런데도 웃음이 쏟아진 이유는 그곳이 바로 제주도였기 때문이다. 일요일 오후 제주 원정경기를 뛴 양민혁은 바로 다음날인 월요일 아침에도 학교(강릉제일고)에 가야 했다.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급성장한 양민혁은 데뷔 시즌부터 형들보다 훨씬 촘촘 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양민혁은 2일 제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6라운드에서 야고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하며 2대1 승리에 힘을 보탰다. 15라운드 전북전 골에 이어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벌써 4골 3도움. 팀 내 득점 3위다. 4월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양민혁은 이제 명실상부 리그 대표 스타로 발돋움했다. 양민혁과 함께 강원도 상승세다. 강원은 7년 만에 4연승을 질주했다. 4위로 점프하며 1위 울산을 승점 3점 차로 추격했다.
양민혁을 향해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당연하다. 양민혁은 "4연승이 7년 만이라고 하는데 구단 역사를 세워갈 수 있어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팬들과 미디어의 집중 관심에 대해서는 "물론 감사하지만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 주변에 모든 형들이 이럴 때 겸손해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신다"며 웃었다.
양민혁은 평소엔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클럽하우스에서 생활한다. 대신 오전에 학교를 간다는 것이 다르다. 양민혁은 학교를 다녀와서 팀 훈련을 소화하고 K리그 경기에도 출전한다.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것 같지만 괜한 우려다. 윤정환 강원 감독은 "어리잖아요"라며 웃었다. 양민혁 역시 "아직 딱히 노하우라고 할 만한 건 없다. 그리고 그렇게 쉴 틈이 없지도 않다. 신경을 잘 쓰고 있다. 형들도 제가 어려서 워낙 체력 회복이 빠르다고 한다"라며 전혀 무리 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양민혁은 무엇보다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가 돋보인다. 상대 수비와 1대1 상황을 오히려 즐긴다. 이번 제주전 도움 역시 단독 드리블 돌파 이후 나왔다. 양민혁은 "막힐 때도 많다. 내 포지션은 그런 것을 이겨내야 한다. 실수하더라도 계속 도전한다. 확실히 높은 무대에서 하다 보니 언제 소유하고 언제 치고 나가야 할지 판단이 더 좋아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김학범 제주 감독도 양민혁을 칭찬했다. 김 감독은 "어린 선수가 열심히 하고 자신 있게 한다. 굉장히 보기 좋다. 축구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현상이다. 그런 선수가 하나씩 나와줘야 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양민혁의 롤 모델은 맨시티 필 포든이다. 양민혁은 "포든의 영상을 많이 본다. 최근에는 배준호 선수(스토크시티)도 같이 챙겨본다. 좁은 공간에서 탈압박 능력과 슈팅, 양발 드리블 능력이 인상 깊다. 많이 배우려고 본다"고 감탄했다.
양민혁은 너무 먼 미래보다는 눈앞에 충실하려고 한다. 양민혁은 "축구선수라면 당연히 A대표팀이 꿈이다. 물론 가고 싶지만 나는 어리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지금 큰 꿈과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라며 미래를 기대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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