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외국인 투수지만 구위보단 제구력이 좋은 투수', '맞춰잡는데 능한 투수'.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35)에 대한 오해의 시선이다. 윌커슨은 제구나 볼 배합 능력 못지 않게 좋은 구위의 소유자다. 무엇보다 정면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는 전사의 심장을 가진 투수다.
올시즌 윌커슨의 기록은 경이적이다. 15경기에 선발등판, 무려 94⅔이닝을 소화했다. 18일 현재 이닝 부문 전체 1위다. 이닝이터로 유명한 양현종(91⅔이닝) 윌리엄 쿠에바스(89⅓이닝) 곽빈(85⅔) 등을 모두 제쳤다. 올시즌 호평받는 새 얼굴 제임스 네일(85⅓이닝) 카일 하트(85이닝) 등도 마찬가지다.
올시즌 단 3번 뿐이었던 완투, 그중에서도 올해 단 1번 뿐이었던, 무려 724일만에 나온 완봉승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격이 다르다.
윌커슨의 기록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볼넷이다.
올시즌 단 10개의 볼넷 밖에 내주지 않았다. 피홈런(10개)과 볼넷의 개수가 같다. 커맨드에 자신이 있음은 물론, 스스로에 대한 신뢰 없이는 결코 낼 수 없는 기록이다.
하지만 탈삼진은 82개로 곽빈과 함께 공동 5위(1위 엄상백 94개)다. 마냥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쑤셔넣는 스타일의 투수도 아니다. 좋은 구위와 제구를 바탕으로 빠른 승부를 펼치고, 투구수는 적지만 삼진은 많이 잡아낸다. 투수로서 이상적인 모습이다. 평균자책점도 3.42로 리그 5위다.
그만큼 독보적인 안정감의 소유자다. 퀄리시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11개로 리그 1위, 퀵 후크는 단 1차례만 기록됐다.
경기당 평균 투구수(96.4개)는 다소 많지만, 이는 이닝 1위를 달릴 만큼 많은 이닝을 소화하다보니 나온 자연스러운 기록이다. 이닝당 투구수가 15.3개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이닝당 투구수는 양현종(15개)에 이어 리그 전체 최소 2위.
6월 승리기여도도 압도적이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을 기반으로 KBO와 함께 시상하는 '쉘힐릭스플레이어' 레이스에서 WAR 0.97로 키움 김혜성(WAR 1.25)과 함께 6월 투타 1위를 달리고 있다.
6월 선발 등판 3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로 2승무패 1.99의 평균자책점. 이닝을 많이 소화하면서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월간 3위(1.06), 시즌 4위(1.15)로 뛰어나다.
한화 바리아(WAR 0.71), 삼성 좌완 이승현(WAR 0.69)과의 격차도 상당하다.
이런 투수가 시즌초 부진으로 퇴출될 뻔했다니, 롯데로선 아찔하고 타팀들은 아쉬웠을 순간이었다.
동갑내기 댄 스트레일리의 예를 들며 윌커슨의 구위가 올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야구 관계자들도 많았지만, 현실은 역대급 시즌이다.
좌완 에이스 반즈가 왼쪽 허벅지 내전근 미세손상으로 20일 넘게 빠져 있는 상황.
지난 5월26일 사직 삼성전 2회초 허벅지 통증을 호소한 반즈는 복귀를 준비중이다. 윌커슨의 호투가 없었다면 롯데 선발 마운드는 붕괴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야말로 가을야구를 꿈꾸는 롯데의 버팀목이자 믿을 구석. 돌아올 반즈와 결합하며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공산이 크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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