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년만에 1군에 올라왔어요. 이번엔 뭐라도 보여주자, 내 가치를 증명하자고 생각을 했죠."
2015년 1차 지명으로 프로야구에 입문한지 올해로 10년.
오랫동안 기다려온 기회가 왔다. 롯데 자이언츠 강태율(28)은 이를 악물었다.
사령탑도, 단장도, 심지어 팀 로고도 바뀔 만큼 긴 세월이다. 하지만 강태율의 1군 경험은 58경기 93타석에 불과하다. 성장 속도가 느리고, 포지션 수명이 긴 포수임을 감안해도 감당하기 힘든 시간이었다.
롯데는 10일 잠실 LG전에서 연장 10회 혈투 끝에 2대1로 승리했다.
주전 포수 유강남이 무릎 부상으로 시즌아웃되고, 최근 정보근이 1군에서 제외되면서 강태율에게 출전 기회가 왔다. 지난 9월 7일 부산 SSG 랜더스전은 2022년 9월 18일 수원 KT 위즈전 이후 720일만의 1군 복귀전이었다.
허문회 전 감독 시절부터 팝타임(공을 잡고 2루에 송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 강한 어깨를 지닌 수비형 포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아쉬운 타격에 발목을 잡혔다. 2021년 신예 포수 손성빈까지 합류하면서 강태율에게 주어진 시간은 더 짧아지는듯 했다.
올시즌 퓨처스리그에서도 백두산, 서동욱 등 젊은 선수들에 밀려 좀처럼 출전하지 못했다. 타율 2할9푼5리(44타수 13안타) 1홈런 3타점이 전부다. 그래도 꾸준히 노력한 결과 다시 기회를 잡았다.
마무리 김원중이 9~10회 멀티이닝을 책임진 힘겨운 승리였다. 특히 10회말 1사 1루에서 LG 대주자 최승민의 2루 도루를 저격한 강태율의 한방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만난 강태율은 "상대가 뛸 것 같아서 준비하고 있었어요"라고 돌아봤다. 명포수 출신 김태형 감독 앞에 회심의 레이저빔을 선보였다.
지난 8일 한화 이글스전 만루 상황에서 보기드문 3중 도루까지 성공시킨 LG다. 하지만 강태율은 "긴장되지 않았습니다. '제발 좀 뛰어라'고 생각했죠. 도루 저지는 제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거든요.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분 좋습니다"고 했다.
9월 엔트리 확대 이후 롯데는 3포수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말 그대로 총력전 모드로 대타와 대주자를 적극 활용한다. 이 시국에 1군에 올라온 만큼 출전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1군은 2년만이네요. 많은 생각을 했어요. 우리 팀에 좋은 포수도 많고, 이제 난 야구를 그만해야하나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도록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버티고 있네요. 준비 열심히 한 만큼, 이렇게 올라왔을 때 제 가치를 증명하자는 생각 뿐입니다."
강태율은 "매일 경기 나갈 준비하고 기다립니다. 1군에 자주 있던 선수가 아니니까, 제겐 정말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죠. 오늘 한 건 한게 너무 뿌듯하고, 내 노력이 실전에서 나온 거니까 너무 기분 좋습니다"라며 잊을 수 없었던 순간을 되새겼다.
마무리 김원중도 "(강)태율이가 정말 오랜만에 저와 호흡을 맞췄는데, 마음이 잘 맞는 포수입니다. 강한 어깨,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타이밍만 빼앗기지 않으면 태율이가 잡아줄 거다, 그런 믿음을 갖고 던졌습니다. 포크볼을 던져도 막아줄 거다, 주자가 뛰어도 잡아줄 거라는 신뢰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2020년 제대 직후 만난 강태율은 "내게 기회만 오라"며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4년간 현실의 벽에 부딪친 그다.
"타격이든 수비든, 전엔 항상 자신도 없고 부족했는데, 이번엔 뭔가 다른 느낌이에요. 지금 한경기 한경기 정말 중요하잖아요. 팀 승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가을야구, 꼭 가고 싶습니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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