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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다저스 지휘봉을 잡은 로버츠 감독은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45승39패(0.536)로 통산 정규시즌 승률(0.627)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단축시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20년 포스트시즌(13승5패)을 빼면 32승34패로 그 조차도 5할 밑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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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샌디에이고가 에이스 딜런 시즈가 나서는 반면 마땅한 선발투수가 없던 4차전서 로버츠 감독은 8명의 불펜투수를 가동해 8대0의 완승을 거두고 승부를 2승2패로 맞췄다. 물론 시즈의 초반 난조를 틈타 무키 베츠와 윌 스미스가 각각 솔로홈런, 투런홈런을 날려 3-0의 기선을 잡은 덕분이기는 했지만, 오프너인 라이언 브레이저부터 마무리 랜던 낵까지 8명의 투수를 투입한 시점과 결과가 톱니바퀴처럼 딱 들어맞았다.
NLCS 진출을 확정한 직후 로버츠 감독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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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츠 감독이 이처럼 승리 소감을 밝힌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샌디에이고는 다저스의 신흥 라이벌이다. 2022년 다저스가 111승으로 지구 우승을 차지할 때 샌디에이고는 89승73패로 와일드카드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와일드카드시리즈에서 뉴욕 메츠를 꺾고 올라와 다저스와 맞붙었다. 다저스는 1차전만 이기고 내리 3판을 져 탈락했다. 특히 2,4차전서 불펜운영이 비난을 받았고, 로버츠 경질론이 불거졌다.
3차전까지만 해도 샌디에이고가 다저스를 누르고 NLCS에 올라가는 분위기였다. 오타니 쇼헤이는 "2연승하면 된다"고 했지만, 모든 통계가 다저스 탈락을 가리키고 있었다. 3차전까지 2승1패로 앞선 팀이 시리즈를 승리할 역사적 확률은 73%가 넘었다. 샌디에이고는 의기양양했다.
다저스 선발 잭 플레허티가 6회초 선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허벅지를 맞혔다는 걸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던 마차도는 6회말 수비를 앞둔 이닝 중간 다르빗슈 유가 웜업 피칭을 하던 공을 건네받더니 3루쪽 다저스 더그아웃으로 내팽개치 듯 던졌는데, 방향이 로버츠 감독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당시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어 마차도가 던진 공을 보지 못했다. 나중에 얘기를 듣고 "무례하다(disrespectful)"고 지적했다.
그러자 마차도는 "늘 이닝 중간에 연습이 끝난 공은 1루 혹은 3루로 던진다. 의도를 가진 게 아니었다"고 했고,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난 다른 팀 선수, 특히 과거 나와 함께 했던 선수를 폄하하지 않는다"며 로버츠 감독을 저격했다.
또한 마차도는 3차전에서 논란의 베이스러닝으로 다저스 수비진을 흔들어 놓았다. 0-1로 뒤진 2회말 중전안타를 치고 나간 마차도는 잭슨 메릴의 땅볼 때 포스아웃을 노리던 다저스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의 2루 송구를 방해할 목적으로 주로를 잔디 쪽으로 살짝 꺾으며 자신의 등에 공이 맞도록 해 실책을 유도, 찬스를 무사 1,3루로 연결했다. 규칙 위반은 아니었다. 이를 시작으로 샌디에이고는 2회에만 6점을 올리며 6대5로 승리했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영리한 플레이였다"고 인정했지만, 약이 바짝 올랐음은 물론이다. 공교롭게도 샌디에이고는 3차전 2회 6득점한 뒤 3회부터 5차전 9회까지 24이닝 연속 무득점으로 결국 시리즈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로버츠 감독이 처절하게 응징한 셈이다.
팬그래프스는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을 36.7%로 가장 높게 제시하고 있다. 그 다음이 뉴욕 양키스(31.2%)이고, 클리블랜드 가디언스(16.9%), 메츠(15.2%) 순이다. 다저스는 1988년 이후 36년 만에 제대로 된 우승을 차지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