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코스피 상장 종목 중 '대어'로 꼽혀왔던 케이뱅크가 수요 예측 부진으로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고평가 논란과 업비트 리스크 등으로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결과를 보이며 공모 철회를 결정했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시장의 눈높이가 달랐다는 데 있다.
케이뱅크는 주당 희망 공모가로 9500∼1만2000원을 제시했는데, 수요예측이 부진하게 나오자 공모가를 8500원으로 내리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는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비교 대상을 카카오뱅크와 미국·일본의 인터넷 은행으로 뒀다. 비교회사 3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인 2.56배를 적용한 것인데 이를 두고 시장 안팎에서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상반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당기순이익과 총자본이 케이뱅크의 2∼3배 수준이지만, 지난 18일 종가 기준 PBR은 1.72배 정도다.
또한 유통물량이 많은 탓에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의 우려가 크고, 구주매출(기존 주주 지분 매각) 비중도 높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케이뱅크의 이번 공모 규모는 총 8200만주였으며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은 37%였다. 공모 물량의 절반 가까이는 기존 주주의 구주매출이었다.
케이뱅크의 지나친 업비트 의존도 역시 부정적인 요소였다.
케이뱅크 총예금 중 업비트 예금 비율은 지난 2021년 말 53%에서 올해 상반기 말 17% 정도까지 줄었으나 여전히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강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언급하며 "케이뱅크는 지난해 수신 편중도가 18.1%라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18.1%도 상당한 편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케이뱅크가 업비트 없이 독자생존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케이뱅크의 IPO가 성공한다면 잠재적 위험은행 이자 시한폭탄"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이자 부담이 증가한 것도 우려 요인으로 꼽혔다. 업비트 예치금 이자율은 연 0.1%에서 2.1%로 올랐다.
케이뱅크의 업비트 예치금은 현재 3조2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는 연간 이자 부담은 640억원 정도다.
이번 상장 철회로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케이뱅크의 전략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중소기업·개인사업자대출 확대를 위해서는 상장을 통한 신규 자금 확보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공모 주식량 등 공모 구조를 바꿔 내년 초 다시 상장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총공모주식이 8200만주에 달해 현재 공모 구조로는 성공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상장 과정에서 올바른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케이뱅크가 상장을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케이뱅크는 앞서 지난 2022년 9월에도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한 뒤 상장을 준비했으나 지난해 2월 투자심리 위축 등을 고려해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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