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가을야구에서는 예상치 못한 선수가 깜짝 활약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LA 다저스를 4년 만에 월드시리즈로 이끈 주역은 전천후 야수 토미 에드먼이다. 작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선수들과 그라운드를 누볐던 그 한국계 메이저리거다.
지명도와 인기, 존재감에서 에드먼은 톱틀래스 선수들과는 거리가 있으나, 다저스는 타선이 막히자 그에게 중심타자 역할을 맡겼다.
에드먼은 21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6차전에 4번 유격수로 출전해 역전 결승타와 쐐기 홈런을 포함해 5타수 2안타 4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10대5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NLCS MVP로 에드먼이 호명됐다.
다저스 타선은 내로라하는 거포들이 즐비한 스타 군단이다.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윌 스미스 등 파워풀한 타자들이 상위 및 중심타선을 이룬다. 에드먼이 클린업 히터로 기용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NLCS 들어 프리먼이 발목 부상으로 신음하고 디비전시리즈에서 맹타를 휘둘렀던 테오스카가 부진에 빠지자 에드먼이 4차전부터 중심타자로 나서기 시작했.
그리고 믿음에 보답했다.
그는 올시즌 중간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이적생이다.
다저스가 에드먼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부터 영입한 것은 트레이드 마감 하루 전인 지난 7월 30일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서다. 다저스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대거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보내고, 화이트삭스로부터 마이클 코펙, 세인트루이스로부터 에드먼과 올리버 곤잘레스 등 합계 4명의 선수를 받았다. 당시 화이트삭스의 KBO 출신 투수 에릭 페디가 토미 팸과 함께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에드먼은 당시 부상자 명단에 등재돼 있던 상태라 곧바로 출전할 수는 없었다. 지난 겨울 손목 수술을 받은데다 발목까지 다쳐 재활을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시즌 첫 출전한 것은 8월 20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경기부터였다. 타격보다는 수비와 기동력에 강점을 지닌 에드먼은 정규시즌 37경기에서 타율 0.237(139타수 33안타), 6홈런, 20타점, 20득점, 6도루, OPS 0.711을 마크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디비전시리즈 5경기에서도 타율 0.235(17타수 4안타)에 1타점, 1득점, 2도루를 올린 게 전부였다. 그가 타격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NLCS부터다. 1~3차전서 합계 5안타 4타점 2득점을 올리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4차전서 그를 4번타자로 전격 기용했다. 그리고 그는 6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보답했다. 5차전서는 5번타자로 5타수 2안타, 이날 4번타자로 복귀해 결승 적시타와 투런홈런을 때렸다.
NLCS 6경기 연속 안타를 날리며 타율 0.407(27타수 11안타), 1홈런, 11타점, 5득점, OPS 1.023을 마크했다. 타점은 다저스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 시리즈 최다인, 코리 시거(텍사스 레인저스)가 2020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NLCS에서 세운 11개와 타이 기록이다.
경기 후 에드먼은 "올해 초반만 해도 내가 이 순간을 함께 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이 팀에 와서 나에게 펼쳐진 모든 것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제 월드시리즈로 간다. 정말 미쳤다"며 "포스트시즌 MVP는 꿈꾸던 것이고 이 순간을 준비했다. 4번 타순은 여전히 나에게는 생소하고 신기하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로버츠 감독은 "에드먼을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 데려온 프런트에 대해 뭐라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가 필드와 클럽하우스에 하는 일은 정말 대단하다"며 "그의 영입을 상상도 못했다. 포스트시즌서 4번을 치는데, 그를 믿는다. 선수들도 에드먼을 신뢰한다. 엄청난 수비와 타격을 보여줬다. 그와 같은 선수와 함께 하는 건 행운"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서도 4번타자로 내세울 수 있다는 뜻이다.
에드먼의 부친으로 수학 교사이자 학교 야구코치였던 존 에드먼은 "아들이 어렸을 때 야구를 시작한 것은 재미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질이 있었다. 정말 열심히 하고 훌륭한 동료였다. 솔직히 우리는 재미로만 봤었다. 그런데 성장하면서 점점 좋아지더니 훌륭한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자신만의 기량을 갖춰 프로 선수가 됐다. 무엇보다 아들은 야구를 사랑한다"며 기뻐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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