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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안84는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자신의 순서가 다가오자 긴장되는 마음으로 스타트 지점으로 향했다. 그는 "생각보다 더욱 웅장했다. 대규모 참치 떼 중 한 마리가 된 거 같은 느낌이었다. 삼국지 적벽대전 병사가 된 거 같기도 했다. 옥황상제 앞에 심판받으러 가는 저승길 같기도 하고 장관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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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는 러너들을 응원하는 열기가 가득했고, 흥분한 기안84는 "아이 러브 유 뉴욕", "돈 많이 버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화답했다. 그러나 계속 뛰면서 응원을 하는 바람에 호흡이 꼬이기 시작했고, 그는 "이제 깝치지 말아야지"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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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던 기안84는 갑자기 그 자리에 멈춰서 고통을 호소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20km 넘어가면서부터는 그때부터는 사실 거의 지옥이었다"며 "호흡이 아니고 몸 전체가 축 가라앉아서 물에 젖은 솜마냥 너무 무거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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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는 겨우 힘겹게 죽음의 다리를 탈출해서 맨해튼에 도착했지만,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설상가상으로 복통이 다시 찾아왔다. 고통을 억누르며 뛰었지만 결국 참지 못한 그는 한쪽 구석에 가서 구토까지 해 안타까움을 안겼다.
이제는 서브4가 아닌 완주가 목표가 된 상황에서 기안84는 자꾸 중간에 멈췄고, 이를 본 러너들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응원했다. 다시 뛰기 시작한 기안84는 완주 지점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응원해 주는 교민들을 보며 힘을 냈고, 교민이 준 태극기를 망토처럼 둘러메고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완주 후에도 기뻐하지 못한 기안84는 "나한테 좀 화났다. 두 번째 마라톤은 멋있게 뛰고 싶었는데 준비한 만큼 아예 못 뛰었다. 근데 그게 실력이니까"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뉴욕의 한식당으로 향한 기안84는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했다. 아쉬워하는 기안84에게 어머니는 "완주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다"라고 위로했다.
다음날 기안84는 완주 메달에 이름을 각인하기 위해 외출에 나섰다. 뉴욕 마라톤을 뛴 러너들의 이름이 뉴욕 타임스에 실린다는 말을 들은 그는 함께 줄 서 있던 다른 러너와 같이 뉴욕 타임스를 보며 자신의 이름을 찾았다. 그러나 4시간 44분 기록에서 페이지는 끝났고, 뉴욕 타임스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기안84는 시무룩해졌다.
supremez@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