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부산을 대표하는 두 장발 투수가 사라졌다. 김원중은 머리를 잘랐고, 애런 윌커슨은 떠난다.
윌커슨은 올 한해 10개 구단을 통틀어 단 한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은 유일한 투수다. 최다 경기(32경기) 최다 이닝(196⅔이닝)의 훈장을 거머쥐었다. 2024시즌 KBO리그에 단 4번 밖에 나오지 않은 완봉승(6월4일 광주 KIA전)의 주인공이다.
시즌 초와 막판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지만 김태형 롯데 감독은 "선발투수의 최대 덕목은 큰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것"이라고 거듭 칭찬한 바 있다. 이미 가을야구가 좌절된 상황에서 '쉬어도 좋다'는 감독의 말에도 등판을 고집할 만큼 팀워크를 중시하는 마인드도 갖췄다.
하지만 시즌 중 칭찬과 시즌 후 평가는 다른 법. 롯데는 윌커슨을 보류선수 명단에 올리며 끝까지 재계약 여부를 두고 고심했다.
결국 기존의 찰리 반즈와는 4년째 재계약(총액 150만 달러, 보장 135만 달러)에 합의했지만 윌커슨과는 이별을 택했다. 롯데는 새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과 총액 95만 달러(보장 85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앞서 계약한 '202안타 신기록' 레이예스까지 포함해 내년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무리지었다.
돈 문제는 아니다. 윌커슨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도 만만찮고, 이미 일본프로야구에서도 한차례 실패를 경험했다.
그래서 한국이 더 간절했다. 2023시즌 도중 대체 외인으로 합류한 뒤 재계약 때도 빠르게 도장을 찍었던 그다.
하지만 롯데의 고민은 깊었다. 윌커슨은 강점과 약점이 뚜렷한 선수다. 볼넷 없이 스트라이크존에 팍팍 꽂아넣는 모습은 좋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투수는 아니다. 구위가 약하다는 선입견 대비 탈삼진(5위, 167개)이 많지만, 그만큼 피안타(2할7푼, 6위) 피홈런(18개) 피장타율(3할9푼4리, 이상 8위)도 높다.
언제 꺾여도 이상하지 않을 윌커슨의 나이도 문제다. 올시즌 200이닝 가까운 이닝을 소화한데다 내년이면 36세. 차기 시즌부터 도입되는 피치클락 체제에서의 적응에도 물음표가 있었다. '사직몬스터'를 포기하고 4.8m로 담장을 낮춘 만큼 '뜬공투수'인 윌커슨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7년 연속 가을야구 문턱에서 좌절해온 롯데다. 한단계 올라서기 위해선 3명의 외국인 선수 모두를 재계약하기보단 변수를 두고자 했다. 반즈가 재계약을 결심하면서 롯데는 윌커슨을 포기하고 데이비슨 영입을 결정했다.
데이비슨은 다소 모험적인 영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안정감의 대명사 윌커슨의 반대급부이기에 더욱 그렇다.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경험을 쌓진 못했다. 통산 56경기(선발 17) 129⅔이닝, 4승10패 평균자책점 5.76이 전부다.
2021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시절 월드시리즈에 깜짝 선발 등판(5차전, 2이닝 4실점)한 경험도 있다. 애틀랜타는 이해 우승을 차지했고, 이에 따라 데이비슨에게도 우승 반지가 주어졌다.
마이너리그에선 142경기 60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주로 선발로 커리어를 보내왔다는 점은 장점이다.
올시즌 투구 메커니즘에 많은 변화를 줬다. "타점이 높고 디셉션이 좋다. 다양한 구종을 완급조절하며 던지는 능력을 갖췄다"는 롯데 구단의 소개대로다.
당초 김태형 감독이 두산 시절 함께 했던 니퍼트나 알칸타라, 미란다 처럼 강력한 구위를 지닌 투수는 아니다. 다만 공인구와 리그의 변화를 감안하면 잘 적응할 시 구속이 더 빨라질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롯데로선 2018년 레일리-듀브론트 이후 7년만에 '왼손-왼손' 외국인 투수 체제를 갖추게 됐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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