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호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대학 선수들에게는 '육성 테스트'가 드래프트입니다."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현장 복귀 후 오랜만에 치르는 스프링캠프 '파격'을 선택했다.
다른 팀이라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선수들을 대거 합류시켜 팀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이다.
이번 한화 캠프에는 육성 선수로 뽑힌 내야수 이승현, 투수 박부성에 신인드래프트 가장 마지막인 11라운드에 뽑힌 타자 이민재도 왔다. 김 감독은 "마무리 캠프부터 열심히 하고, 실력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니 데리고 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현지에서는 성균관대 출신 이승현에 대한 평가가 매우 좋다. 한 코치는 "지켜보시라. 올해 1군에서도 볼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김 감독도 "유격수, 2루 수비가 가능하다. 방망이도 예쁘게 잘 친다. 발만 조금 더 빨랐으면 좋았을텐데"라며 웃었다. 당장 주전은 아니어도, 1군 엔트리에 항상 있을 수 있는 내야 '슈퍼 백업' 역할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실제 수비 훈련을 보면 이승현의 유격수 수비는 깔끔, 간결 그 자체였다. 캐치부터 송구까지의 동작이 매우 부드러웠고, 송구도 작은 팔스윙이지만 1루까지 강하게 갔다. 어깨도 매우 좋다고 한다.
캠프에서 만난 이승현은 수비가 좋다는 평가가 들린다고 하자 "고교 시절부터 수비는 자신있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어 "대학에서는 시합에 뛰려고 여기저기 포지션을 옮겼다. 3학년 때부터 다시 내야에 정착했다. 그 때부터 감각적으로 올라왔다. 또 한화 입단 후 코치님들께 수비를 배우며 기량이 조금 더 향상된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약 50명의 지원자 중 2명의 육성 선수 선발. 어떻게 보면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것보다 짜릿했을 수 있다. 물론 계약금도 못받고 등번호도 세자릿수라 아쉬운 점도 있을 것이다. 이승현은 "고등학생 때는 '대학교에 가면 되잖아'하고 위안을 했다. 그런데 이번 드래프트에서 떨어지니 답이 없더라. 드래프트 당일에 전국 대회 경기에 뛰었다. 경기 끝나고 탈락 소식을 들었다. 경기장에서 나와 부모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나왔다. 대학 4학년 때까지 뒷바라지를 해주셨는데, 내가 아무 것도 하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육성 선수 계약이라는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1군 캠프에 까지 왔다. 이승현은 "사실 대학 선수들이 드래프트에서 거의 뽑히지 않는 시대다. 우리에게는 '육성 선수 계약이 드래프트'라는 얘기도 있었다. 이렇게 프로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자체가 감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지난해 마무리 캠프도 갈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육성 선수로 마무리 캠프에 가는 것만도 너무 감격스러웠다. 스프링캠프 참가는 상상조차도 못했다. 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너무 기뻤다"고 설명했다.
이승현은 마지막으로 "육성 선수라는 신분이 다른 선수들보다 더 힘들게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하는 것과 같은 초심을 앞으로도 잃지 않겠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항상 간절한 마음을 갖겠다. 프로는 열심히 준비한다면 언제 기회가 올 지 모르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에게 "여태까지 뒷바라지 해주셔서 감사하다. 이제 1군 선수로 등록이 된다면, 좋은 성적 내서 그동안 못한 효도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부모님께서 웃으며 내 경기를 보시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멜버른(호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