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스타 요기 베라가 뉴욕 메츠 감독 시절인 1973년에 기자와의 인터뷰 중 내뱉은 이 말은 이후 야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 통용되는 대표적인 '명언'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극적인 뒤집기는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주는 최고의 묘미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약팀이 강팀을 잡는 '언더독의 반란'까지 더해진다면, 그 짜릿함과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순간을 담긴 여자 프로농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4일 우리은행과 KB스타즈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나왔다.
이날 경기는 말 그대로 호각지세였다. 3쿼터 초반 13점차로 크게 뒤졌던 KB스타즈가 강한 수비에 이어 식스맨들까지 외곽포 행렬에 가세하며 4쿼터 초반에 기어이 역전을 한데 이어 종료 1분여를 남기고 56-52로 벌리며 승리의 8부 능선을 넘고 있었다. 하지만 KB가 우리은행의 에이스 김단비 수비에 집중하는 사이 찬스를 잡은 특급 신예 이민지가 종료 36초 전 3점포를 성공시키며 우리은행은 57-56의 재역전을 했다.
이어 KB의 공격 실패로 22초를 남긴 가운데 볼을 돌리기만 해도 되는 우리은행의 승리가 확정되는 상황. 하필 KB는 4쿼터 팀 파울이 1개에 불과한 상황이라, 나가타 모에와 이채은이 연속 파울을 해도 공격권을 되찾아 오지 못하며 시간만 하염없이 흘렀다. 그런데 볼을 가지고 하프라인 근처까지 돌던 김단비가 이명관에게 '굳이' 패스를 했는데 어이없는 방향으로 던지면서 단 3.2초만을 남긴 채 공격권을 넘겨줬다. 머리를 감싸며 황당해 하는 김단비의 표정이 역력했다.
KB팬들이 명명한 '모세의 기적'을 빗댄 이른바 '모에의 기적'은 여기서 시작됐다. 3명의 수비수를 요리조리 피하며 공을 치고 들어간 나가타 모에는 단 0.1초를 남기고 불안정한 자세로 급하게 플로터를 날렸는데, 이 슛이 백보드를 맞고 그림처럼 림에 빨려 들어간 것이다. 비디오 판독을 보니, 정말 간발의 차이였다. KB 선수단은 마치 챔프전 우승을 한 기쁨을 누렸고, KB팬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경기 후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이렇게 패한 것은 아마 처음인 것 같다"고 허탈해 했을 정도다.
단 0.1초가 불러온 '나비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죽음의 순간에서 돌아온 KB는 홈인 청주로 돌아가 3~4차전을 치르며 단숨에 기세를 가져온 반면 우리은행은 지난 2020~2021시즌에서 정규리그 1위임에도 불구, 4위 삼성생명에 플레이오프에서 1승 후 2연패를 당했던 쓰라림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2위와 3위간의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BNK와 삼성생명으로서도 반대편 조의 혈전은 분명 유리한 구도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박지수의 해외 진출에다 염윤아, 나윤정 등의 부상으로 인한 시즌 아웃으로 인해 최하위까지 예상됐던 KB로선 이번 포스트시즌뿐 아니라 내년 시즌도 대비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엄청난 경험과 자신감을 줬다는 면에선 분명 1승 이상의 가치라 할 수 있다. 다른 팀 선수들에겐 끝까지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점 그리고 1분이나 1초, 단 0.1초의 중요성을 확실히 일깨워준 순간이었음은 물론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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