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와 부드러움, 어느 팀이 웃을까?'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이 9일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BNK를 또 다시 꺾으며 승부는 결국 5차전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우리은행과 KB스타즈가 펼치는 PO도 5차전까지 가게 됐으니, 5전 3선승제의 PO 체제에서 역대 최초의 기록이다.
우리은행과 KB스타즈의 경우 김단비와 나가타 모에의 위닝샷 대결이 압권이라면, 삼성생명과 BNK 경기에선 배혜윤(36)과 박혜진(35) 두 30대 중반의 최고참 '언니'이자 '캡틴'이 펼치는 대결이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두 선수는 포지션이 다르지만 스몰 라인업으로 짜여진 BNK 팀 사정으로 인해 베스트5 가운데 최장신인 가드 박혜진이 센터 배혜윤에 대한 수비를 주로 맡게 되면서, 팀에서 차지하는 구심점 역할뿐 아니라 공수 매치업 상대로도 정면 충돌을 하고 있다.
게다가 두 선수의 리더십 스타일은 완전 다르다. 박혜진이 '카리스마 뿜뿜'형 이라면, 배혜윤은 '특급칭찬'형 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 성격 차이도 있지만, 팀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박혜진은 1차전 승리 이후 "후배들이 정규리그 2위를 한 것에 자칫 만족을 하고 안주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PO 대비를 하면서 연습 이후 웃지도 말라고 했다. 긴장감을 다잡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트 안팎에서 늘 긴장감 레벨이 높았던 우리은행에서 무려 16년을 뛰며 몸에 밴 성향이기도 하다.
반면 배혜윤은 4차전 승리 이후 인터뷰에서 "2차전까지 패한 후에도 후배들에게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3차전과 4차전에서 좋은 플레이를 했을 때 칭찬을 많이 해줬다. 어린 선수들이라 신이 나야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박)혜진이나 나도 팀 사정에 맞춰 고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팀 모두 베스트5가 대부분 30대 이하의 젊은 선수들로 짜여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BNK 선수들은 모두 국가대표급이라 개성이 나름 강하고, 박정은 감독을 비롯해 코칭 스태프가 모두 여성으로 이뤄져 있기에 조금 부족할 수 있는 '군기반장' 역할을 박혜진이 맡고 있는 차이점이 있다. 삼성생명은 BNK보다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많기에 배혜윤이 코트에서 함께 뛰는 사실상 '플레잉 코치' 역할을 하며 보다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일단 BNK의 홈인 부산에서 열린 1~2차전은 박혜진이 배혜윤을 압도했다. 1차전은 3점포 4개를 포함해 21득점, 2차전은 8리바운드로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삼성생명 홈코트인 용인에서 열린 3~4차전은 배혜윤이 그대로 갚아줬다. 3차전에선 수비와 리바운드에 집중하며 이해란과 조수아 등의 공격을 살려줬고, 4차전에선 후배들의 슛감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12득점-10리바운드로 공수의 중심을 잡았고, 4쿼터 막판 5반칙 아웃을 당할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를 보여주며 시리즈 전적을 2승2패로 만들었다.
카리스마와 부드러움 중 어느 성향이 최종 승리를 부를지, 두 팀의 올 시즌 마지막 대결은 11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펼쳐진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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