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전 정말 세게 던지는 겁니다."
2023 시즌 14승을 할 때, 운이 좋았나 했다. FA를 앞두고 강력한 'FA로이드'에 취해 대박이 터진 듯 했다.
그러더니 지난해 또 10승 투수가 됐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제 요령이 조금 생겼네' 정도였다.
올해 '초대박'이다. 첫 한화 이글스전 완봉승. 생애 첫 경험에 '그것도 행운이 따랐구나' 싶었다. 그런데 개막 후 3번 등판, 전승이다. 10일 키움 히어로즈전, 신의 경지에 오른 듯한 완급 조절로 7이닝 1실점 완벽한 투구를 해냈다.
이날 직구 최고구속은 144km에 그쳤다. 평균이면 괜찮다. 최고였다. 평균은 141km. 웬만한 투수들이 150km를 던지는 시대에 구속만 놓고 보면 1위팀 선발 로테이션에 드는 게 미스터리다. 커브는 최저 97km를 기록했다. 그냥 보면 동네 야구 '아리랑볼' 같은데, 떨어져 휘는 각도와 제구는 이제 예술의 경지다.
타자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이제는 '가지고 노는' 듯한 인상을 준다. 뭔가 야구에 대한 도가 튼 사람 같이 너무 쉽게 공을 던진다.
임찬규는 지금 스타일에 맞는 별명, 애칭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말에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여러 별명들이 있더라. 그런데 야구 도사, 이런 말 들으면 기분이 되게 좋다. 나만의 색깔이 생긴 느낌"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잘해야 퀄리티스타트를 기대하는 투수였던게 현실이었는데, 이제는 나오면 7이닝 이상을 최소 득점으로 막을 것 같은 믿음을 준다. 임찬규는 "재작년부터 내가 생각한 건, 다른 생각 없이 공 하나 던지는 것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더라. 위기가 와도, 공 하나에만 집중하면 흔들리지 않는다. 피네스 피처(맞혀잡는 투수를 의미)의 숙명은 매 경기 좋은 기록을 내야한다는 압박이다. 조금만 흔들리면 '구위'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내 결론은 나에 대한 평가나 시선이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하이라이트는 6회 위기 상황서 박주홍을 상대로 연속 4개의 느린 변화구를 던지고, 마지막 142km 직구를 가운데 꽂아 헛스윙 삼진을 잡은 것이다. 승부처, 다소 느린 공을 승부구로 던지는 게 두렵지는 않을까. 임찬규는 "(박)동원이 형이랑 마음이 잘 맞았다. 직구를 넣었다가 맞으면, 또 구속 얘기가 나오겠지만 감독님께서 '140km 볼이 150km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늘 강조해주신다. 그게 자신감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큰 세리머니를 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찬규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슬슬 던지면 40세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겠다"고 하자 "저 툭툭 안 던져요"라고 강력 항의(?)를 했다. 임찬규는 "중간에 커브들은 완급 조절을 하지만, 정말 힘들게 던진다. 그렇게 쉽게 사는 인생 아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