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강 PO 5차전 하프코트 판정 혼선…한국가스공사 서면 질의 계획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연이은 바이얼레이션 오심이 나타나 원활하고 공정한 경기 진행을 맡은 KBL도 비판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6강 PO 5차전 3쿼터 막판 심판이 휘슬을 잘못 불러 혼란을 야기했다.
드리블 도중 놓친 공이 하프라인 뒤로 흐르자 수원 kt의 조엘 카굴랑안이 일단 공을 향해 쫓아갔다.
규정대로라면 이 공을 잡아야 하프코트 바이얼레이션이 성립한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카굴랑안이 공을 잡기도 전에 휘슬이 울렸다. 이에 카굴랑안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공을 포기한 채 뒤로 돌아섰다.
이때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샘조세프 벨란겔은 '공을 소유해야 바이얼레이션'이라는 기본 원칙을 인지하고 바닥에 떨어진 공을 낚아채 레이업으로 연결했다.
KBL 경기 규칙상 어떤 경우에서든 휘슬이 울린 순간, 플레이를 멈추는 '데드볼' 상황이 된다. 이에 따라 벨란겔의 후속 움직임도 실제 경기 상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국가스공사 선수들이 멈추지 않고 끝까지 속공을 진행한 이유는 공을 잡아야만 바이얼레이션이 성립된다는 농구의 기본 상식과 어긋나는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속공에 성공한 줄 알았던 한국가스공사는 뒤늦게 최종 판정이 하프코트 바이얼레이션으로 결정되자 이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종전까지 분출하던 기세가 일부 식었다.
3쿼터 외국 선수 없이도 kt를 압도하며 62-55로 달아났던 한국가스공사는 판정 시비를 겪은 후 다음 공격에서 실책을 저질러 추격당하는 흐름 속 3쿼터를 마쳤다.
카굴랑안이 공을 잡고 나서야 휘슬이 울리는 정심이 나왔다면 한국가스공사로서는 연속 득점 후 상대 실책까지 유도하는 흐름이 형성돼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릴 수도 있었다.
최초 휘슬이 울린 후 나온 모든 동작은 데드볼 중 이뤄진 것으로, 벨란겔의 속공 득점이 인정되지 않는 게 맞지만 경기 진행 혼선으로 압도하던 흐름이 끊긴 한국가스공사로서는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3차전 퇴장당하는 등 시리즈 내내 판정에 불만을 품은 강혁 감독은 이 장면을 놓고 "(심판이) 나한테는 이야기하지 않고, 코치한테 말했다. '잘못 (휘슬을) 불었다'고 한 것 같다"며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문제의 오심은 76-78로 한 끗 차로 패한 한국가스공사뿐 아니라 KBL로서도 아쉬운 대목이다.
구체적으로 뜯어보지 않고서는 이 장면의 경위를 파악하기 어려워서인지 일부 매체가 벨란겔의 득점이 인정됐어야 정심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가스공사가 득점 기회를 날렸다'는 단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까지 등장해 KBL에 대한 신뢰를 뒤흔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원칙적으로 취소되는 게 옳은 벨란겔의 득점이 인정되고, 이에 따라 한국가스공사의 최종 득실차인 2점이 상쇄돼 승부도 뒤바뀌어야 한다는 비약 섞인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논란을 자초한 KBL은 이미 2차전 kt 에이스 허훈이 8초 안에 공을 몰고 상대 코트로 넘어오지 못했는데도 바이얼레이션이 선언되지 않는 오심을 내서 팬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는 상태였다.
부정확한 바이얼레이션 판정이 모두 불리한 쪽으로 작용한 한국가스공사가 매 경기 접전을 펼친 끝에 5차전 2점 차로 패해 탈락하면서 자칫하면 오심 문제가 공정성의 위기로까지 번질 기세다.
KBL은 양 팀이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 5차전 주심으로 아예 심판부 최고 인력인 심판부장을 배정하는 등 나름대로 공들여 PO 경기 진행을 준비했으나 끝내 판정 논란이 불거지면서 고개를 숙였다.
4강 PO와 챔피언결정전이 남은 상황에서 어떤 후속 조치가 이뤄지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공정한 진행을 약속하는 정석적 소통으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게 KBL의 당면과제로 남았다.
몸싸움에 관대한 '하드 콜' 기조로 거친 경기의 당사자인 선수들이 판정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 늘어나는 판정 시비에 대한 대처가 KBL의 중장기 숙제로 남을 걸로 보인다.
한국가스공사는 6강 PO 탈락으로 시즌이 끝난 만큼 심판 설명회는 따로 요청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서면 질의를 통해 문제의 판정에 대한 KBL의 설명과 입장을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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