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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 금융사고 재발…이찬우 지주 회장 윤리경영 강조 '이벤언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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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의 내부 관리 시스템 강화가 절실해 보인다. 잦은 금융 사고로 인한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 관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사고 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 감소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유다. 금융 관련 회사에 있어 신뢰도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의식 고취와 준법 경영을 위한 체질 강화 등을 주문했다. 올해 취임해 농협금융 전반을 이끄는 이 회장의 주문은 과연 통할까.



200억원대 과다 대출 적발, 내부통제 부실 도마

농협은행에서 최근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과다대출에 따른 것으로 규모는 200억원대에 달한다. 현재 추가적인 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농협은행은 대출상담사(외부인)가 다세대 주택 감정가를 부풀려 약 205억원의 주택 담보를 일이키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사고 발생 기간은 2022년 2월10일부터 2023년 4월 25일까지다. 농협은행은 해당 사고를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 과다 대출을 주도한 대출상담사를 수사기관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체 감사를 통해 금융사고를 적발했다는 점은 농협은행의 자정능력과 내부 관리 시스템의 건전성 등을 나타낼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반복되는 금융사고 앞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후약방문 형태의 안일한 대응으로 비칠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면 매번 내부 관리 시스템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된 결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에도 6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금융 사고 규모는 450억원대에 달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24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를 보면 농협은행에서는 90건(649억원)의 부당대출 사례가 적발됐다.

영업점에서 지점장과 팀장이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전결기준 회피를 위해 복수의 허위 차주 명의로 분할해 승인받는 등의 방법이 활용됐다. 일부 대출에 대해선 은행 지점장과 팀장이 차주 등으로부터 금품 1억3000만원을 수수한 정황도 확인됐다.

시설자금 대출금을 시설공여자가 아닌 브로커·차주 계좌로 지급하거나, 운전자금 대출 취급 후 대출금 사용내역표를 점검하지 않는 등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총 226억원의 대출금이 용도 외로 사용된 것도 적발됐다. 비슷한 사고가 내부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만큼, 업계 일각에선 내부 관리 시스템과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금감원의 부당대출 사례 적발 이후인 지난 3월 26일 서울 중구 광화문금융센터를 방문, 금융 신뢰도 향상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금융사고 예방 교육과 함께 내부 관리 감독 현황도 점검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 공시로 인해 강 행장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금융사고가 2022년부터 2023년 사이의 일로 강 행장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내부 관리 부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구원투수 나선 이찬우, 내부 통제 중요성 강조

농협은행의 반복된 금융사고에 농협금융지주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0일 임직원의 윤리 의식 고취와 준법 경영 체질 강화 차원에서 전사적인 윤리·준법 교육을 진행했고, 이찬우 회장이 윤리경영과 준법경영의 중요성을 직원에게 강조했다. 이 회장은 "우리가 모두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금융사고 예방을 최우선으로 실천한다면 농협금융은 더욱 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금융지주는 매주 1회 금융사고 유형별 사례, 책무구조도, 농협금융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내용으로 하는 윤리·준법 교육을 연중 실시하고 NH윤리경영 자가 진단, 참여형 캠페인 등과 함께 기업문화 변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안팎에선 이 회장의 윤리·준법경영 강화 주문이 농협금융의 신뢰도 회복으로 이어질 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 취임 이후 내부 통제 시스템 정비를 통한 내부 관리 강화를 꾸준히 주문했던 만큼 자칫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리더십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배경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농협금융의 금융사고는 이 회장과 취임 전 일로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회장이 취임 이후 내부 관리 강화를 외쳤던 만큼 책임론 측면에선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며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내부 관리 관리 감독에 문제는 향후 리더십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