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KIA는 왜 죽음의 원정 12연전을 받아들였나. 그리고 왜 박수를 받아야 하나.
NC 다이노스의 홈구장인 창원NC파크 관중 사망 참사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안전 진단이 끝나지 않아, NC는 홈구장에서 경기를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원정 경기를 하고 있다.
KBO도 난감하다. NC 홈경기 일정이 다가올 때마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NC만 경기를 계속하지 못하면, 리그 운영이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추후 있을 홈-원정 스케줄을 맞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주말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NC의 경기는 원래, NC 홈경기 일정이었는데 8월19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대구 일정과 맞바꾼 것이다. 8월에 창원에서 경기를 하는 것. 울산 등 제 3구장 사용도 고려하고 있지만, 현실적 제약이 많다.
하지만 홈-원정 일정을 바꾸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일정을 교체했는데, NC 상대팀의 스케줄이 불리해진다면 그 팀은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면 안되기 때문.
그런 가운데 KIA도 이 스케줄 변경을 받아들였다. 29일부터 1일까지 NC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경기가 KIA의 홈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개최된다.
문제는 맞바꾼 스케줄이 8월8일부터 10일까지라는 점. 이 때문에 KIA는 한창 무더울 8월 중순 원정 12연전 일정을 감수하게 됐다.
KIA는 8월5일부터 부산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3경기를 하고, 그 다음 광주에 돌아와 NC와 3연전, 그리고 12일부터 대구 삼성 3연전을 치른 뒤 15일부터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3연전을 소화하는 스케줄이었다. 그 사이 광주 일정이 빠지고, 창원으로 이동해 '죽음의' 혹서기 원정 12연전을 소화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왜 힘들게 이 일정을 받아들인 거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KIA가 무작정 손해를 감수하고 이를 선택한 건 아니다.
일단 KBO의 설득이 있었다. NC가 경기를 너무 못하면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리그 불균형이 초래될 수밖에 없었다.
KBO는 KIA에 몇 가지 안을 제시했고, 그 중 KIA가 일정 맞교대를 선택했다. KIA 관계자는 "감독님 등 현장에서 일정을 면밀히 살펴보셨다. 우리 팀 경기력이 큰 영향이 없으면서, 리그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KIA도 일정이 바뀌어 부산-인천-대구-잠실 이런 이동 일정이었다면, 아무리 리그 발전을 생각하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부산-창원-대구는 거리가 가까운 경상 지역이기에 이동 거리에서 큰 부담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 물론, 홈에서 경기를 하며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고 하는 게 정신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부산에서 광주로 왔다, 다시 대구로 가는 걸 생각하면 이동 거리 측면에서는 부산-창원-대구가 나은 측면도 있다.
그래도 원정은 힘들다. 아무리 좋은 호텔 생활을 한다 해도 집을 떠나 있는 기간이 길어질 수록 피로감이 크고, 지친다. 그래서 KBO도 원정은 최대 9연전 이상 편성하지 않는다. 이 9연전도 여름철 이동이 힘들 때 지방팀들이 수도권 경기를 몰아서 하는 '나름의 '배려의 측면이 있다.
그렇기에 정말 세세하게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대승적인 결정을 내린 KIA의 선택은 박수를 받아야 하는 게 마땅하다.
KIA가 절대 변경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면 KBO도 이를 강요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