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여자 사브르 막내온탑' 전하영(24·서울시청)이 마침내 세계랭킹 1위 '사브르 여제'에 등극했다.
전하영은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SK핸드볼경기장에서 펼쳐진 국제펜싱연맹(FIE) SK텔레콤펜싱그랑프리 결승에서 '한솥밥 선배' 김정미(25·안산시청)를 15대13으로 꺾고 우승했다.
2016년 서지연, 2019년 김지연의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던 이 대회에서 사상 첫 금메달 역사를 쓴 후 6일(한국시각) 국제펜싱연맹(FIE)이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세계선수권 2연패 '일본 펜싱스타' 에무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우뚝 섰다. SKT그랑프리 우승포인트 48점을 적립하며 226점. 이번 대회 16강 탈락으로 12점에 그친 에무라(206점)를 2위로 밀어냈다.
2001년생 전하영은 지난해 파리올림픽 여자단체전에서 에이스로 나서, 윤지수, 최세빈, 전은혜 등과 '역대 최고 성적' 은메달을 획득한 이후 새 시즌 폭풍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알제리 오랑월드컵에서 생애 첫 개인전 우승컵을 들어올린 후 12월 오를레앙그랑프리에서 잇달아 우승했고, 안방 부담감을 떨치고 압도적, 절대적인 기량으로 한국선수 최초로 SKT그랑프리 우승컵을 들어올리더니 마침내 세계 1위에 올랐다.
대전 송촌고 출신 '펜싱황제' 오상욱(29·대전시청·세계 1위)의 직속후배로 2021년 카이로세계청소년선수권 개인-단체전 2관왕에 오르며 일찌감치 '여자 오상욱'으로 주목받았던 '왼손 펜서' 전하영이 자신만의 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올림픽 챔피언' 오상욱과 나란히 전하영이 세계 1위에 오르며 대한민국은 남녀 사브르 세계랭킹 1위 보유국이 됐다.
전하영의 세계랭킹 1위는 팀플레이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 SKT그랑프리 16강에서 '1년 선배' 김정미가 에무라를 15대13으로 잡아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세계 97위와 세계 1위의 승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자이언트 킬링' 후 김정미는 "난 이길 줄 알았다. 랭킹은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 있었다"며 웃었다. 김정미의 반전 승리, 전하영의 우승으로 한일 톱랭커의 순위가 바뀌었다. '미완의 대기' 김정미의 준우승도 겹경사다. '일본 킬러' 김정미는 8강서 오자키 세리까지 가볍게 잡아낸 후 4강서 세계 3위 요아나 일리에바(불가리아)까지 꺾는 미친 기세로 결승 피스트에 올랐고 후배 전하영과 명승부 끝에 13대15로 석패하며 국제무대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SKT그랑프리 여자 사브르 사상 첫 동반 포디움, 동반 결승행, 안방 첫 애국가, 전하영의 세계랭킹 1위까지 모든 순간이 새 역사가 됐다.
전하영은 "너무 힘들게 대회 준비를 해서 우승하면 눈물이 좀 날 줄 알았는데 애국가가 울리는데 그냥 기쁘더라"며 웃었다. "올해 제가 이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다. 파리올림픽 끝나고 이번 시즌 준비할 때 오를레앙그랑프리를 잘하고 싶다고만 생각했는데 오를레앙그랑프리 우승에 이어 SKT그랑프리까지 우승했다. 목표를 다 이루게 됐으니 이제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서도 금메달에 도전해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6월 발리아시아펜싱선수권, 7월 조지아 트빌리시세계펜싱선수권 '진검승부'에서 전하영은 다시 한번 한국 여자 사브르의 새 역사에 도전한다. 여자 사브르 역대 시즌 최고 랭킹은 '2012년 런던올림픽 개인전 챔피언' 김지연이 2012~2013시즌, 2016~2017시즌 기록한 세계 3위다. 한편 생애 첫 국제대회 준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반전 승부사' 김정미는 세계 97위에서 세계 27위로 랭킹이 급상승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