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여기까지 와 준 선수들이 고마울 뿐이다."
남자프로농구 2024~2025시즌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고 있는 창원 LG는 여전히 '저자세'다. 3시즌 연속 4강 직행(정규리그 2위), 4강 플레이오프 3연승 안착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 확률 84.6%(1, 2차전 승리)'를 잡아놓고도 야망의 발톱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짐짓 '겸손한 척' 하는 게 아니다. "시즌 초반부터 '내려놓음'의 미덕으로 뚜벅뚜벅 걷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올 시즌 LG가 11년 만에 챔프전 무대에 선 숨은 원동력이 있다. 사연이 있었다. LG는 시즌 초반 일찌감치 성적 욕심을 내려놓았다.
개막 3연승의 기쁨도 잠시, 8연패에 빠졌다. 2024~2025시즌을 앞두고 전성현 두경민 등 '대어'를 영입하며 우승 후보로 떠올랐지만 이들 둘은 물론, 특급 용병 아셈 마레이마저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손종오 단장과 조상현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8연패 뒤 긴급회의를 했다. 내부적으로 소박하지만 현실적인 시즌 목표를 설정했다. '반타작만 하자.' 한국농구연맹(KBL) 리그에서 정규리그 54경기 중 27승(반타작)은 6강 PO '커트라인'으로 통한다. 앞서 두 시즌 연속 마레이의 부상 악재로 고생했던 조 감독으로서는 전성현 두경민마저 장기 이탈 가능성이 높은 마당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에 손 단장은 "딱 27승은 아쉬울 것 같으니, 1승 더해서 28승까지 해보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부상 악재를 탓하면 뭐하겠나. 남은 선수들에게 부담주지 말고 순리대로 가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이후 LG는 8연패 탈출에 성공한 뒤 8연승, 7연승을 하며 중상위권으로 올라갔다. 슬슬 성적 욕심을 낼 만했지만 조 감독은 선수단 미팅에서 '성적', '목표' 등 부담줄 것 같은 단어를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승패와 상관없이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도 그럴것이 올 시즌 3대 에이스 역할을 한 유기상 양준석 정인덕의 급성장은 예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재도 이관희 양홍석 정희재가 중책을 맡던 2023~2024시즌까지만 해도 프로 1~3년차에 불과한 '3총사'는 식스맨이었다. 올 시즌에는 전성현 두경민이 빠져 생각지 못한 중책을 맡았는데 '대박' 활약을 했다.
흔히 '신흥 호랑이 사령탑'으로 불리던 감독 '조상현'이다. LG 감독 부임 초기, 훈련 태도가 불성실한 에이스 선수를 코트 밖에 벌 주듯 서있게 만들고, 해외 전지훈련 중 연습경기장으로 이동할 버스가 약속시간에 늦은 것에 발끈해 경기를 취소하는 등 '한 성깔'하는 무서운 감독이었다. 그런 그도 어린 선수들 기죽을까봐 엄하게 다루지 못하던 가운데 예상밖 활약을 해주니 '칭찬 전도사'로 변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LG가 정규리그 6라운드를 홈 3연전으로 시작할 때, 손 단장과 조 감독은 다시 회의를 가졌다. 정규 2위 경쟁권에 들어있으니 살짝 욕심도 생기면서 생각이 복잡해진 것이다. 여기서 내린 결론은 '홈 3연전에 집중해보고 할 만하다 싶으면 2위 싸움을 해보자'였다.
대신 선수들에겐 '2위'는 감춘 채 "우린 잃을 게 없다. 5라운드에 이미 28승으로 목표를 이뤘는데 뭘 두려워하겠나. 내려놓고 한 번 부딪혀보자"고 격려만 쏟아냈다. '칭찬요법'은 또 통했을까. 홈 3연전서 2승1패로 성공한 LG는 막판 3연승으로 4강에 안착했고, 4강-챔피언결정 2차전까지 승승장구했다. LG 구단 관계자는 "전성현 두경민이 없는데, 이만큼 해준 게 고마워서 혼낼 일이 있어도 그러지 못했다"면서 "챔프전에서도 변함없이 고마운 마음으로 임할 것이다. 가끔 '악역'을 대신해야 하는 임재현 코치가 중간에서 괴로울 수는 있다"며 웃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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