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안방 팬 앞에서에 졸전을 펼쳤다. 나란히 0대2로 패했다. 크리스탈팰리스전의 앤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과 웨스트햄전의 후뱅 아모림 맨유 감독의 표정은 데칼코마니처럼 같았다. '폭망'한 경기력, 무너진 조직력을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하고 눈을 가려버렸다.
토트넘은 11일(한국시각)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리스탈팰리스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 홈경기에서 에베레치 에제에게 멀티골을 내주며 0대2로 완패했다. 리그 20패째, 역대 최다 패배 불명예 기록과 함께 리그 17위로 추락했다. 맨유도 마치 짠 듯이 똑같았다. 같은 시각,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EPL 웨스트햄과의 홈경기에서 0대2로 완패했다. 이로써 맨유는 시즌 17패째를 떠안으며 리그 16위로 떨어졌다. 17패 중 13패는 아모링 감독 부임 이후 당한 것으로 맨유는 이미 2023~2024시즌 14패를 넘어 1992년 EPL 출범 이래 한 시즌 최다 패를 기록중이고, EPL 출범 이전까지 포함하면 1973~1974시즌 20패 이후 51년 만의 리그 최다 패의 수모를 겪고 있다. 공교롭게도 양팀은 주중 유로파리그 4강 2차전에서 각각 보되/글림트, 애슬레틱 빌바오를 가볍게 꺾고 결승행을 손쉽게 확정지었다. 22일 오전 4시 빌바오에서 펼쳐질 '올 잉글리시' 팀간 운명의 결승전을 앞둔 상황, 리그 그라운드에선 도저히 파이널 진출팀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선보였다. 아무리 리그 동기부여가 떨어지고, '챔스 출전권'이 주어지는 유로파리그 결승행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안방에서 전통의 빅클럽이라고 보기 어려운 졸전이었다. 실망한 홈 팬들이 종료 휘슬이 울리기도 전에 일찌감치 경기장을 떠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포착됐다.
양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너나 할 것없이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승패를 떠나 경기력 자체의 문제를 지적했다.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중 유로파리그 결승 진출을 확정하고, 프리미어리그 20번째 패배를 기록하는 '극과 극' 시즌이라는 평가에 "사람들이 패배 기록에 대해 떠들고 있지만, 결승행과 패배 사이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피타고라스의 정리같은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오늘 경기 방식은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과에 관계없이 축구 경기에선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기력 수준은 그 어느 곳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걸 해결해야할 책임은 나의 몫"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맨유도 올 시즌 토트넘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데 그 부분이 가슴 아픈가'라는 질문에 "전에도 말했지만 맨유는 그들만의 여정이 있으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다른 요인이 있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면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다른 요인과 상관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오늘 우리는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토트넘의 느슨한 경기력 자체에 깊은 실망감을 표했다.
아모림 맨유 감독은 져도 아무렇지 않은 선수단의 패배주의, 위닝멘탈리티 실종을 언급했다. 변화가 없을 경우 자진 사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아모림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더 이상 지는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말로 불만을 표했다. "가장 큰 걱정은 지고 나서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팀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엄청난 클럽이라는 느낌을 잃어가고 있다. 모두가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했다. 아모림 감독은 "지금 우리 팀엔 절박함이 부족하다. 이게 빅클럽에서 가장 위험한 느낌"이라면서 "선수들 잘못이 아니다. 내 잘못이고 내 책임이다. 변화가 없다면 내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야 할 수도 있다"고 사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솔직히 말해 (21일 토트넘과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걱정하지 않는다. 결승전은 우리 클럽에서 가장 작은 문제다. 우리는 이보다 더 깊은 문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시즌 막판에 우리가 프리미어리그나 챔피언스리그에서 뛰는 게 마치 달에 가는 것같다는 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경기력 부족, 집중력 부족, 정신력 부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