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영애(54)가 헤다 가블러와 자신의 공통점, 차이점에 대해 언급했다.
이영애는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연극 '헤다 가블러' 인터뷰에 임했다. 이영애는 자신이 만들어낸 헤다라는 인물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호평을 받는 중이다. 특히 미디어로 통해 공개된 행복한 결혼생활과는 반대로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억압을 느끼고 있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새로운 매력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이영애는 "헤다와 제가 싱크로율이 있다면 큰일이다. 저 같은 경우는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삶에서 보는 자세가 넓어지고 깊어진 것 같다. 긍정적으로, 제가 가진 직업인 연기자로서 풀어낼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50대의 나이가 참 연기자로서 잘 맞는다는 감사한 생각을 했다. 헤다를 꼭 여자의 심리 위주로 볼 필요는 없잖나. 그래서 굳이 결혼한 여자, 결혼 제도에서 벗어난다는 단순한 생각보다는 연극적으로 사람들이 사유를 할 수 있는, 스스로에게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제시적 연극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지금 상황에 결혼에서 벗어나고 그런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이 가질 수 있는, 누구나 자신 안에 자신도 모르는 욕망도 있을 거고 표출하지 못하는 질투도 있을 거고, 자아가 많을 것 아닌가. 그걸 겹겹이 풀어내보자는 생각도 하면서 공부하듯이 했다"고 했다.
이어 이영애는 "어떤 팬분 중에는 심리상담을 하시는 것 같은데, 헤다를 굳이 이영애가 아니더라도 윗집, 아랫집에 사는 여자. 옆집 아저씨 등 누구나 그런 외적인 자아와 내적인 자아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분들이 '여자, 결혼' 생각보다는 서로 얘기거리를 줄 수 있는 연극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영애는 또 "헤다에 공감을 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공감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많은 공부를 했었다. 여러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했는데, 김미혜 교수님께 입센에 대한 강의를 3~4일간 들었다. 입센 스스로가 바로 헤다였다. 본인에 대한 열등감도 많고, 상류층이지만 상류층에 속할 수 없는 자아적 고립도 있고, 외적인 경제적인 풍요로움도 얻지 못하고. 헤다는 사랑을 받지 못하고 엄마에 대한 모성애가 없잖나. 모성애를 느끼지 못하는 여자였다. 부성애만 있다. '아빠는 항상 등을 보이고 서있는 존재'라는 대사도 나오는데, 부성애의 존재를 권총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부성에 대한 집착이 있고, 정신적으로도 완전한 사람이 없으니 결핍이 있고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도적 모성애를 갖는 것,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여자로 생각했다. 사랑의 결핍이 결국 이런 파국을 낳는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영애는 "지금까지 등장한 헤다의 많은 부분들이 제 안에도 있는 것 같다. 저도 보지 못했던 연기의 즐거움이란 그런 것이다. 내 안에 나도 몰랐던 나를 끌어올려서 스스로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제가 어디 가서 눈을 부라리며 '널 불태울거야' 하는 걸 해보겠나. 저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연극적으로도 느낀다. 굳이 제 안에 헤다가 있다면, 누구나 그런 악한 마음은 있을 수 있다. 악플 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다가 넘어져라' 생각해보기도 하고 뉘우치기도 하고. 사람 마음이 다 똑같지 않을까. 헤다가 있다고 하지만, 작은 헤다일수도, 큰 헤다일수도 있다. 크기가 다를 뿐이지 누구나 헤다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헤다 가블러'는 LG아트센터가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연극으로, 지난 7일부터 오는 6월 8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헤다 가블러'는 이영애의 32년 만의 연극 복귀작이자, 2024년 '벚꽃동산' 이후 LG아트센터가 선보이는 새로운 제작 연극. 세계적인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쓴 '헤다 가블러'는 억압된 시대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한 여성의 내면을 집요하고 섭세하게 파고든 고전 명작이다. 주인공 헤다는 아름다우면서도 냉소적이고 지적이면서도 파괴적인 성격을 지닌 복합적인 캐릭터로, 이영애가 헤다의 계보를 이으면서 파격적인 헤다를 그려내는 중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